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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와 인덱스 펀드

앗아뵤 2024. 10. 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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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인덱스 펀드와 ETF가 익숙할 것이다. 인덱스 펀드에서 인덱스는 코스피, 코스닥, S&P500, 나스닥과 같은 지수를 의미한다. 여기서 지수는 꼭 특정 거래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또는 아시아처럼 여러 거래소를 합쳐 놓은 것일 수도 있고, 금이나 원유와 같은 상품일 수도 있다. 또 어느 금융기관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지수들도 여럿 있다. 이를테면 업종이나 테마와 관련된 지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만든 펀드가 인덱스 펀드다.

 

ETF와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아직 인덱스 펀드와 ETF를 혼동하는 것이다. 인덱스 펀드는 투자 대상에 따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예컨대 중국 펀드, 미국 펀드, 중소형주 펀드, 배당주 펀드와 같은 분류다. 그중에서 특정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인덱스 펀드다. 반면 ETF는 투자 혹은 거래하는 방식이 따른 분류다.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로 이것도 펀드인데 풀어 쓰면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라는 뜻이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보통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 가서 서류를 작성한 후 가입하는데(최근 보편화된 온라인 펀드도 창구에서 하는 업무를 온라인으로 대신하는 것), ETF는 펀드의 가입이나 환매 절차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펀드 자체를 거래소에 상장시킨 것이다. 투자자들은 ETF 형태의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 금융회사에 찾아갈 필요가 없다. 펀드의 투자 대상이나 수익 구조, 운용자 등을 꼼꼼히 따진 후 자주 쓰는 주식 프로그램 HTS나 MTS에서 사고팔면 그만이다.

 

눈치챘겠지만 ETF가 투자하는 대상이 주로 지수일 뿐, 모든 ETF가 지수를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 줌이나 테슬라에 일찍 투자해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라고 불리는 캐시 우드 또한 ETF를 운용한다. 그가 운용하는 아크 이노베이션 펀드는 누구나 증권사를 통해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 좀 더 많은 수익자에게 투자 기회를 주고 운용사는 본연의 리서치와 운용 업무에만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인덱스 펀드나 ETF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수형과 테마형으로 나누어서 살펴봐야 한다. 지수형 상품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S&P500이나 나스닥 지수가 장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수 추종형 투자를 다른 말로 패시브, 소극적 투자라고 하는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적은 대신 시장 평균 수익률만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개별 기업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과정을 통해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전략을 액티브, 적극적 투자라고 하고 그와 같은 전략을 쓰는 펀드는 액티브펀드라고 한다. 금융회사가 가져가는 보수 역시 패시브 펀드보다 액티브 펀드가 더 높다. 그런데 웬만한 액티브 펀드보다 인덱스 펀드 같은 패시브 펀드가 수익률이 높다. 노력도 덜 필요하고 비용도 덜 드는데 수익률까지 높다니, 해외 주식투자가 활발해진 것도 패시브 펀드의 활성화에 한몫했다고 본다.

 

패시브형 투자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신흥국 '몰빵'형 투자는 위험하다. 지수 투자를 하는 이유가 적당히 낮은 위험성 아래에서 적당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제아무리 경제 성장률이 높아 보인다고 하더라도 특정 산업이나 다른 선진경제권에 의존도가 높아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크거나 사회가 성숙하지 못해 화폐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유망하다고 기대되던 브라질은 농업, 광업 등의 1차 산업 의존도가 높아 경제의 변동성이 컸다.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자국의 화폐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는 사례는 튀르키예나 아르헨티나를 보면 알 수 있다. 또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장기간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은 시진핑 정부의 공동 부유 정책 이후 전 세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아시아의 뉴욕으로 불리던 홍콩이 완전히 중국 중앙정부의 영향력 안에 놓이면서 각국의 투자 자금과 중국 현지 부유층이 싱가포르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진핑 정부는 일부 재벌이나 투자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당분간 같은 노선의 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돈을 지수 추종형 투자로 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또는 전 세계에 큰 비중을 싣고 신흥국은 일부만 투자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

 

둘째, 테마형 ETF를 주의해야 한다. 이전에도 언급했고 업계 종사자로서 동업자 정신에 위배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산운용사도 엄연히 임직원과 주주가 있는 회사이며 회사의 제1 목표는 이윤이다. 또 한국은 아직 ETF를 비롯해 자본 시장이 성구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려고 불가능한 목표를 좇는 불나방형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또 테마형 ETF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시류에 편승해 수익은 내고 싶지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서 특정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할 줄 안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에서 발생하는 보수와 수수료를 받아 회사를 꾸려 나가는데, 보수는 펀드마다 다르지만 보통 1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수수료는 오랜 기간 가입하더라도 딱 한버만 수취한다.

 

수수료든 보수든 많이 받으려면 펀드를 많이 팔아야 한다. 펀드를 많이 팔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인기 있는 투자 대상을 담는 것이다.(물론 그 테마 안에서 펀드 매니저들이 위험 대비 기대 수익이 높은 종목을 솎아 내고 비중을 조절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ETF나 반도체에 투자하는 ETF가 잘 팔릴 것이다. 문제는 기업이나 산업의 가치가 꾸준히 우상향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관심이 쏠려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높게 형성되면 반드시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보통은 테마형 ETF를 출시하는 시점이 그 테마가 과열됐을 때다. 메타버스 ETF, K-Pop ETF, 이차전지 ETF 모두 그랬다. 그리고 출시하고 나서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 '산업'이 아니라 '테마'겠는가. 시장 참여자의 높은 기대와 수요에 힘입어 내재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하락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워런 버핏이 무조건 챙겨본다는 '메모의 저자 하워드 막스는 2022년 11월에 발간한 <수익과 그것을 얻는 법>에서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누고 그에 대해 논평했다.

 

1. 본질 가치(이익 또는 자산)가 상승하는 기업: 불확실하다.

2. 주가가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 높은 프리미엄 구간까지 오르는 기업: 투기적이다.

3.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보다 낮은 기업(즉 저평가).

 

수익을 내는 방법 세 가지 중 3에만 부정적인 코멘트가 없는 것을 보면, 결국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일하게 상식적인 전략이라는 뜻이다. 테마형 ETF의 경우 취지는 좋으나 그 취지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할 때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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