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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산업군의 지속 가능성

앗아뵤 2024. 10. 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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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주식시장을 이끈 인공지능. 과거 퀴즈 대회에서 인간을 이기고 의료 분야로 뛰어든 왓슨이나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가 인공지능의 시작을 알렸다면, 챗GPT는 2023년 안정화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많은 기업과 일반 소비자에게 폭넓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중 주식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만드는 반도체 회사다. 원래는 PC에 정착해 게임이나 컴퓨터 디자인처럼 그래픽 처리 기능을 강화하는 보조 장치로 쓰였으나 병렬 연산에 뛰어나다는 것이 알려지며 최근엔 대부분의 공급량이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계 학습용 데이터 센터에 쓰이고 있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처럼 자율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수 많은 정보를 학습시켜 인간이 생각할 법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챗GPT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거대 언어 모델(LLM)의 한 종류인데 이 또한 많은 서버를 연결해 인터넷상에 있는 많은 말과 글을 수집한 후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할 만한 순서로 단어를 배치하는 기술이다. 하나의 칩 성능만 몬다면 인텔이나 애플이 만드는 중앙 처리 장치(CPU) 또는 모바일 중앙 처리 장치(AP)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여러 개를 동시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병렬 연산에는 GPU가 더 뛰어나다고 한다.

 

챗GPT가 성공을 거두면서 빅테크를 비롯한 많은 회사에서 조바심을 느낀 것 같다. 인터넷 포털을 장악하던 야후가 구글에 의해 무너지고, 모바일로의 전환에 늦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시가총액 1위를 빼앗겼던 것처럼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GPU 칩 구매 행렬에 나선 것이다. 현재까지 GPU 시장의 최고 강자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기업이므로 공급량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수요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집단이다. 엔비디아의 칩은 향후 수년 치의 주문도 이어지고 있으며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다 보니 제품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것이 엔비디아의 실적과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이유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다른 반도체나 장비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전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전선, 변압기 업황도 호조를 보이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상승세 이면에 무엇을 봐야 하는가

 

문제는 이 트렌드가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반도체는 하드웨어다. 수요에 따라 공급을 탄력적으로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다. 수요가 많이 늘어나면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들여오는 등 생산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공장 신설 혹은 증설 작업은 수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래 수요량을 예측해야 하는데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운 좋게 늘린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급 과잉 국면이 찾아온다. 늘려 놓은 생산 능력을 다시 줄일 수는 없고, 막대한 투자 비용과 인건비 등 이미 발생한 고정 비용도 부담이다. 결국 제품 가격을 낮춰야 하는 날이 오는데 우리는 이것을 불황이라 한다. 1년 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관해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던 것과는 정반대 이유다.

 

구글, 애플, 엔비디아, 틱톡, 우버 등에 초창기부터 투자한 벤처 투자 회사 세쿼이아 캐피털의 논평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액 대비 엔비디아 GPU의 주문량은 5000억 달러(한화 692조 원) 이상 초과한 상태라고 한다. 참고로 현재 인공지능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이며, 이 회사의 매출액은 34억 달러(한화 5조 원)에 불과하다. 또 어느 새부터인가 투자한 기업가들로부터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더구나 초기 기술의 발전은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무어의 법칙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인텔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의 경험적 관찰에 바탕을 둔 이론으로, 반도체 집적 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칩이나 공장의 물리적인 크기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컴퓨터의 성능이 5년에 10배, 10년에 1000배 씩 개선된다는 뜻이다. 만일 GPU에도 비슷한 기술 혁신이 적용되고 최종 소비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에 충분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GPU의 공급 과잉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은 H100이라는 모델인데 곧 출시되는 신제품 B100의 경우 가격은 25% 비싼 것에 비해 제품 성능은 2.5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영원히 인텔이 독점할 것 같았던 PC용 CPU 분야에서는 이제 AMD가 2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의 AP분야에서는 애플과 퀄컴에 밀려 인텔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LLM만 보더라도 오픈AI의 챗GPT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글의 제미니,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메타의 라마 등 다양하다. 모두 엔비디아의 GPU를 엄청나게 사들여 기업의 사활을 걸고 개발한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바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고 당분간 이 기능들을 돈을 받고 팔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긑났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철도나 도로가 건설되고 나면 신도시가 생긴다. 광케이블이 매설되고 모두가 인터넷 라우터를 가지고 난 후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옮겨 갔다.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판매 경쟁을 벌이고 나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연이어 대박을 터트렸다. 엔비디아 칩을 구하기 쉬워지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기 쉬워지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비스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자사의 챗봇 서비스에 챗GPT를 도입한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의 도입과 별개로 이용자를 자사의 서비스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독점력이다. 이미 해당 서비스에 익숙해져서 경쟁사의 서비스로 넘어가지 못하는 전환 비용이 있다면 인공지능 기능을 빌미로 추가 가격인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인공지능 기술을 얼마큼 개발하고 활용해서 소비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그 흐름에 따라 새로운 투자의 기회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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