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핀이 킹핀이다. 다른 핀들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볼링공의 타깃이 된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킹핀이 되는 존재는 누구일가? 2025년 기준으로 45~54세에 해당하는 1971~1980년생들이다. 대기업에서도 이 나이대의 임원이 가장 많고 결정권자인 사장 중에서도 50대 초중반이 많다. 직장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의 영화, 방송, 음악 산업에서도 영향력 있는 감독, PD, 경영자가 대부분 이 나이대다. 2030대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가장 잘 흡수하지만, 사실 그들이 반응하는 트렌드를 만든 사람들은 4050대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30대가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에 가고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고 신상품이 발매되었을 때 오픈런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트렌드의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누가 2030대들이 즐길 공간을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며 욕망을 부추겼을까? 4050대다. 다만 모든 4050대가 아니라 다양하게 경험을 쌓고 안목과 경제력을 갖춘 4050대이다. 이들이 영포티이자 영피프티가 된 X세대이자 후기 베이비붐 세대다. 현재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이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트렌드 세터다. 흔히 트렌드 세터라고 하면 젊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로 인식하지만 트렌드 세터의 의미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이끄는 힘은 '나이'보다 '안목과 돈'에 있다.
후기 베이비붐 세대이자 X세대인 사람들이 중요한 이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가진 나이는 2025년 기준 54세가 되는 1971년생이다. 91만 명가량 된다. 그다음이 1969년생, 1970년생, 1972년생 순이고, 이들 모두 각 90만 명 정도다. 모두 한 해에 100만 명 이상 태어난 사람들이 이어서 1973년생이 87만 명, 1974년생이 86만 명 정도인데, 1968~1975년생은 2차(혹은 후기)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지만 X세대에도 속한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7년생들의 특성을 어느 정도 가지면서 X세대의 중심 세력이기도 하다. 즉 X세대는 집단주의적 속성과 수직적 위계 구조에도 익숙하고 미국의 소비문화와 자본주의적 자유주의, 개인주의적 소성에도 익숙한 것이다. 그러니 X세대를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의 사람들이 아니라 두 세대의 속성을 모두 가진 교집합으로 봐야 한다. 이들이 경험과 경제력을 가준 50대가 되었고 이들의 자녀가 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45~54세들의 힘은 굳건하다. 한국에서 연간 출생자 수가 20~30만 명대가 된 지 꽤 되었으니 Z세대의 다음인 알파 세대는 4년의 인구수를 합쳐야 X세대이자 후기 베이비붐 세대 1년 인구수와 맞먹는다. Z 새대 역시 2년의 인구를 합쳐야 X세대의 1년과 맞먹는다. X세대는 현재 소득이 가장 정점에 있고 보유한 자산도 꽤 있다. 1020대를 자녀로, 7080대를 부모로 둔 사람들이면서 중간 세대로서 이들 모두에게 직접적 영향력을 미친다.
소득과 소비력 측면에선 1980~1982년생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의 인구수는 각 82만 명 정도로 1975~79년생보다 근소하게 많다. 이들은 40대 초반에 접어들어 새롭게 영포티에 합류했으며 또한 알파 세대의 부모다. 한국 역사상 40대 초반 중 결혼을 가장 적게 하고, 아이도 가장 적게 가진 사람들인 것이다. 지금 4554를 이을 그룹이 3944인데 그중 1980~1982년생이 중심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1980~1982년생이 영포티에 진입했다고 해서 그 이전 세대와 동일하게 바라보면 안 된다. 10년 전 영포티와 지금의 영포티는 같지않다. 오히려 과거의 영포티는 지금 영피프티와 같은 사람이다. X세대가 40대에 접어들었을 때의 ㅇ여포티와, 밀레니얼 세대가 40대가 된 지금 영포티는 비슷하긴 해도 똑같진 않은 것이다. 그러니 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기업이라면 영포티를 재해석하고, 영포티 중에서도 40대 초반과 후반을 나눠 마케팅 전략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에선 2030대보다 4050대가 훨씬 더 중요한 소비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놓치고 2030대에만 집중하는 기업들이 꽤 있다. 과거의 관성으로 볼 때는 4050대가 자식을 위해서만 소비하고 내집 마련 대출을 갚는 것과 노후 준비에 치중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지금의 4050대는 '자식'만큼 '자신'에 투자하고, '노후'만큼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
인생이 꺾이는 나이는 이제 40세가 아니다
영포티는 2012년 출간된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온 오빠들의 귀환> 에서 필자가 제시한 트렌드 신조어다. 그 후 X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다. 일부 젊은 세대가 40대 전체를 비꼬는 의미로 쓰기도 하지만, 영포티는 모든 40대를 지칭하기보다 한국에서 첫 번째로 개인주의적 속성을 드러내며 새로운 소비문화를 향유하고 해외 문화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X세대(40대)의 현상을 해석하기 위한 말이다. 단순히 외모를 젊게 가꾸는 게 핵심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가치관, 소비력, 조직을 대하는 방식이 진화한 X세대의 태도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그러니 영포티의 의미를 제대로 보자. 그들은 친구 같은 부모가 되거나 자식을 위해 올인하며 자신을 희생하기보다 스스로를 위해 소비도 하고, 해외여행이나 수입 자동차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중위연령은 46.7세다. 중위연령은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연령을 말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중위연령이 20대 후반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30세가 되면 인생이 '꺾인다' 라고 표현했고 그 의미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러나 이제는 47세쯤 되어야 꺾어진다. 1990년대 초반 TV에 비춰진 성숙한 30세의 모습과 현재 아직도 어린 듯한 30세의 모습을 비교해서 떠올리면 확연히 느껴지지 않는가. 젊음이 연장되었다.
40대는 늙은 것이 아니라 청춘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40대를 공략하고 소비를 부추기려고 만든 말이 아니라 실제로 40대는 여전히 젊다. 과거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도 젊다. 10여 년 전의 영포티가 나이를 먹어 50대에 접어들며 영피프티가 되었다. 그 사이에 밀레니얼 세대 일부가 지금 40대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오리지널 영포티의 특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 X세대 영포티와 영피프티, 즉 45~54세가 한국 사회의 중심 세력이다. 이들은 지금 4050대에서 만들어지는 트렌드와 4050대가 반응하는 욕망을 주도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인 35~44세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
지금은 60대도 젊다. 아니 70대도 젊다. 현재 4554가 6070대가 되면 지금보다 더 젊은 욜드와 액티브 시니어가 될 것이다. 젊음이 연장되었기 때문에 결코 과거의 노인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고, 변화가 생기는 만큼 누군가는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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