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의 인기가 저물었다. 그 자리를 두바이 초콜릿이 차지했지만 두바이 초콜릿의 열풍도 금세 식을 수밖에 없다. 편의점만 가도 두바이 초콜릿 스타일의 과자나 초콜릿이 많아졌다는 게 보이고 진자 두바이 초콜릿은 비싸도 줄 서서 먹는 상황이지만 이런 열풍은 반년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그동안 한국에서 유행한 과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때 허니버터칩, 먹태깡, 등이 품귀 현상을 겪으며 떠들썩했는데 금방 끝이 온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잠깐의 유행이어도 잘 활용하면 좋은 비즈니스가 된다. 그러나 반짝 유행을 지속적인 트렌드로 오인하면 곤란하다. 대중이 유행의 정도를 오해하는 데는 언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이하고 흥미로운 '현상'을 보고 확대해석하거나, 여러 후속 기사로 오래갈 트렌드처럼 여기거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헤드라인에 '열풍' 이라는 단어를 붙이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탕후루도, 두바이 초콜릿도 지속되는 트렌드가 아닌 일시적인 유행이다. 과거 약과, 달고나, 대만 카스테라, 흑당도 마찬가지였다. 단기 유행이지 장기적인 흐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달고 값싼 간식이라는 것이다. 즉 달콤한 디저트이자 간식을 소비하는 행위자체는 지속적인 트렌드가 맞다. 우리는 이 점을 인지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먹거리 유행은 6~7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SNS에 사진을 올리기 좋게 인스타그래머블한 '시각적으로 새롭고 화려한' 디저트가 꾸준히 이슈가 되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해왔다. 싸고 달콤한 간식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다. 이런 유행은 '호기심'에 의한 접근이 많고, 남들보다 '먼저' 경험했다는 것이 중요하기에 초반에 인기가 강하다. 하지만 경험이 확산되면 '호기심'과 '먼저' 라는 욕망은 가치를 잃어버린다. 간식 유행은 필연적으로 단기 유행이 되기 쉽고 빨리 왔다가 빨리 진다.
앞으로 새롭게 뜰 먹거리 유행도 달콤한 간식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사람들은 단맛이 가득한 디저트를 오랫동안 소비할 것인데 주목할 점은 디저트가 달달해질수록 매운 음식 시장도 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탕후루는 사라져도 마라탕은 지속된다. 소비층이 10대 중심이었던 탕후루와 달리, 마라탕은 2030대를 비롯해 4050대까ㅓ지도 사먹는다. 현재 매운맛의 중심인 마라탕 외에도 매운 음식이 계속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한국만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양념은 매운 할라페뇨를 재료로 한 스리라차 소스다. 2023년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에서 할라페뇨 생산이 줄어들어 미국에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공급 중단을 겪었다. 스리라차 소스의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고 암거래까지 벌어질 정도였는데, 스리라차 소스의 원조로 통하는 업체인 후이퐁 식품에선 2024년에도 할라페뇨 재고가 부족해 5월에서 9월 초까지 생산을 중단하기로했다. 9월 초 할라페뇨 수화걸이 되면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는데 기후위기 영향이 사라지지 않는 데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 스리라차 소스의 품귀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포인트는 매운맛이 미국에서도 주류가 된 점이다. 한국의 불닭볶음면과 신라면같이 매운 라면이나 여러 매운 한국 음식이 미국에서도 통하게 되는 건 이미 그전부터 스리라차 소스를 비롯해 매운 음식에 대한 저변이 확산된 배경도 있다. 한국에서도 스리라차 소스가 뜨는 먹거리가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달콤한 디저트 역시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유럽에서도 수시로 바람이 분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먹거리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가장 수혜인 푸드 분야가 바로 디저트이기 때문이다. 현재 먹거리 유행에서 매운 음식과 달콤한 디저트는 쌍두마차이고 한동안 이어질 흐름이다.
탕후루의 끝은 예견된 것이었다
탕후루에 대한 관심이 정점이던 시점은 2023년 가을이다. 2023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회사의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정도였다. 소아 당뇨 이슈와 연결된 부분 때문에 증인이 된 것이다. 필자는 2023년 봄 즈음부터 탕후루 열풍이 금방 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 번째 이유는 앞서 말했듯 탕후루 소비층이 10대(특히 초, 중학생)에 너무 집중됐기 때문이다. 호기심으로 먹어본 2030대가 있지만 일회성에 가깝고 크게 확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이어트나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아진 2030대에게 탕후루는 지속적으로 소비될 조건이 부족하다. 40대 이상은 애초에 관심조차 두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이유는 흑당, 달고나, 대만 카스테라, 약과, 생과일주스 등 싸고 달콤한 간식 열풍이 그간 수시로 불었고 일시적 유행으로 그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간식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에 실패했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쉽게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은 오래가지만, 누구나 언제든 몇천 원으로 쉽게 충족할 수 있는 욕망은 오래가기 어렵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먹거리 유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13~29세를 기준으로 최근 3년간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밤 양갱, 약과, 달고나 등 유행이 된 먹거리의 검색량(관심도) 추이를 보면 급격히 치솟았다가 다시 급격히 떨어지는걸 볼 수 있다. 탕후루는 관심받는 기간이 좀 더 길었는데, 그럼에도 돈의 관점에서 보면 득보다 실이 클 위험성이 있었다. 단기간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결과적으로 위험을 직접적으로 겪는 이들도 발생했다.
물론 간식 트렌드에서 떡볶이와 붕어빵처럼 수십 년 이상 소비되며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은 경우는 다르다. 이는 싼 먹거리여도 오래간다. 국내 토종 먹거리와 외래 유입 먹거리를 같은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 최근 외국에서 유입된 새로운 먹거리는 남들보다 먼저 먹어봤다는 경험을 SNS로 공유하는 즐거움의 용도가 크다. 일회성 소비에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탕후루는 마라탕후루 챌린지가 퍼져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SNS에서 많이 소비되었지만 그에 비해 실제로 탕후루를 사 먹는 비율은 낮았다. 탕후루를 음식으로 인식하기보다 재미있는 놀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밖에 탕후루 수요가 줄어든 이유에는 기후위기로 과일값이 올라 그로 인해 가성비가 떨어진 점도 있고, 당뇨와 건강에 대한 우려가 드러나는 간식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결과적으로 탕후루 프랜차이즈는 급격히 위축되어 폐업으로 이어졌다. 2023년 신규 개업한 탕후루 가게는 1300여 개다. 대부분의 탕후루 가게가 2023년에 개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2024년에는 신규 개업이 거의 없고 상반기에만 수백 개가 폐업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탕후루 열풍이 다시 볼 확률은 낮다. 오히려 탕후루 가게의 폐업이 늘어날 것이다.
탕후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제 어떤 디저트가 뜨기 시작하면 그게 왜 트렌드가 되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단기 유행과 트렌드는 다르다. 트렌드라고 하면 수년간 흐름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트렌드는 아주 광범위하게 커지면서 메가 트렌드가 되거나 수십 년 넘게 이어지며 문화로 자리 잡기도 한다. 그러나 단기 유행은 대부분 몇 달(길어도 1년 미만)동안 잠깐 주목받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 유행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건 사실 위험한 일이다. 물론 단기 유행이라도 원조이자 유행을 일으킨 진원지는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 대중적으로 퍼지지는 못해도 마니아들이나 단골손님 덕택에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발 주자들에게까지 혜택이 미치기는 어렵다.
그러니 단기 유행인 아이템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즐기는 것이 낫다. 그걸로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물론 프랜차이즈라면 본사와 프랜차이즈에 가입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에서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써먹으려면 트렌드의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충분히 알고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트렌드의 핵심은 신조어 같은 말이 아니라 트렌드가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한 이해다. 그것을 알아야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고, 내가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보인다.
'책 > 머니 트렌드 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어트 이코노미와 올라운드 안티 에이징 (13) | 2024.11.04 |
---|---|
돈을 불러오는 TIP, 일본 디저트에 주목하라 (7) | 2024.11.03 |
수면 이혼과 스립 테크 (6) | 2024.11.01 |
Young-Old와 케어 이코노미 (7) | 2024.10.31 |
과거와 관성을 버려야 돈이 보인다 - 오프라인의 역습, 러닝 (10) | 2024.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