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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관성을 버려야 돈이 보인다 - 오프라인의 역습, 러닝

앗아뵤 2024. 10.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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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해시그태그 #러닝을 검색하면 360만 개의 게시글이 나온다. 또한 #런스타그램 122만, #러닝스타그램 52만, #러닝크루 59만, #러닝 68만 개에 러닝화(런닝화)와 관련된 게시물도 수십만 개에 달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러닝이 트렌드다.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해시태그가 #running 9500만, #funhappy 1069만, #runningcommunity 548만, #runninggirl 535만, #runnerslife 380만, #runninglife 253만 개이며, #marathon 1402만, #jogging 541만 개다. 달리기와 관련된 게시물을 주요 언어별로 합치면 아마 수십억 개의 게시물이 나올 것이다.

 

확실히 러닝 열풍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덤벨 이코노미'라고 하여 피트니스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면 Z세대가 현재 러닝 이코노미를 견인 중이다. 특히 기록이나 순위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뛰는 행위자체를 즐기는 펀 런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하면 #Funrun 134만, #펀런 5만 3000여 개가 뜨는데 모두 최근 등장한 게시물이다.

 

과거 러닝은 주로 건강이나 운동 효과, 기록 경쟁으로 여겨졌고 즐거운 놀이라는 인상은 아니었다. 나이키에서 마라톤 대회와 달리기 행사를 후원하며 마니아층 사이에서 러닝 열풍이 간간이 불긴 했지만 지금처럼 전방위적인 인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2030이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Z세대의 놀이로 러닝 바람이 불고 기업 마케팅에서도 펀런을 적용한 행사가 확산되었다. 오픈런에 빗대어 장바구니를 드는 달리기 대회, 재미있는 복장으로 코스프레를 하는 달리기 대회, 서울 롯데월드타워, 63빌딩을 계단으로 오르는 수직 마라톤 대회, 마라톤 코스를 여러 명이 릴레이로 달려 완주하는 대회를 비롯해 마라톤 대회에서 수육과 막걸리를 제공하거나,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빵을 먹고 그만큼의 칼로리를 소모하는 러닝 대회를 하는 등 달리기에 다양한 놀이와 재미를 결합하는 시이다.

 

러닝은 역사가 아주 오래된 운동이지만 그동안 진지한 분위기였다면 이젠 진지함과 가벼움이 공존한다. 역시 놀이로 인식될 수 있고, SNS에 고유할 만해야 소비자의 욕망이 반응하며 열풍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틱톡에서도 러닝, 달리기, 마라톤 쇼츠가 셀 수 없이 많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한때 골프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골프, 테니스, 승마, 요트 등 인스타그램에 과시하기 좋은 운동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러닝은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된다. 비싸고 좋은 운동화를 산다 해도 다른 운동에 비해 전체 비용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탁월하다.

 

러닝이 욕망이 되면 열풍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트렌드로 받아들일 경우의 수가 아주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러닝의 유행으로 수혜를 본 분야는 아무래도 운동화, 의류 브랜드일 것이다. 기능성이 좋은 전문 러닝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이 펼쳐지며 수많은 스포츠 브랜드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러닝 열풍 속에서 왜 나이키는 오히려 추락할까?

 

세계 최고의 스포츠웨어 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나이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위기론이 불거지고 하락세를 타고 있지만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 중 매출과 시가총액에선 여전히 선두다. 시가총액은 2021년 고점일 때 2768억 달러까지 갔고, 2024년 현재 1100억 달러까지 내려왔다. 나이키의 회계연도 2024년 전체 매출은 513억 6200만 달러로, 2023년 512억 1700만 달러보다 1% 줄었다. 겨우 1% 감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이키는 1980년대 이후 줄곧 독주하다시피 했고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2000년 이후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시기는 2008~2010년 글로벌 금융 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천재지변 같은 외부 변수가 있을 때뿐이었는데, 이번 하락세는 시장 트렌드에 대한 대응 착오라는 내부 변수 때문이란 점이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디다스보다는 매출도 2배 가까이 많고 시가총액은 3배 가까이 된다. 러닝 열풍에 힘입어 최근 1년 사이 주가가 많이 오르고 매출도 증가한 아식스, 온, 호카 등에 비해서도 시가총액과 매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까진 나이키가 많다.

 

그러나 나이키가 점점 지는 해가 된 것은 맞다. 폭발적인 러닝 열풍에도 그만큼 수혜를 제대로 입지 못했고, 온라인 직접 판매 전략에 집중하느라 오프라인 스토어를 소홀히 한 대가도 치르고 있다. 나이키와 아식스, 그리고 스위스에서 시작한 러닝화 전문 기업 온, 프랑스에서 시작한 스포츠웨어 기업 호카의 모기업 인 데커스의 최근 1년간 주가를 확인하면, 나이키의 하락만큼 눈에 띄는 게 아식스와 호카(데커스)의 고공행진이다. 압도적 선두로 격차를 유지하던 나이키가 한참 후발주자인 호카, 온, 그리고 아주 오래되었지만 시장은 제한적이었던 아식스에 러닝화 시장을 내준 결과다. 이는 러닝화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의 하락이자 라이프 스타일 시장에서도 추가적으로 타격이 되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 나이키의 CEO가 교체되면서 나이키의 미리가 다시 밝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보고 있다. 책에서는 나이키는 암담하다는 듯이 표현을 했지만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구찌도 예전에는 몰락하는가 했지만 결국 훌륭한 경영진이 훌륭한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키운 결과 다시한번 명품 브랜드로서 이름을 되살린 사례가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나이키에 비해 아디다스는 양호하다. 마찬가지로 2023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1년간 아디다스의 주가는 34% 정도 상승했다. 아디다스가 반유대주의 관련 이슈로 손실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주가와 매출은 더 올랐을 것이다. 같은 기간에 아식스가 150%, 호카(데커스)가 65% 정도 오른 것에 비해선 적어 보여도 시가총액이 훨씬 더 큰 아디다스로서는 가파른 상승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모두 2021년 3~4분기가 주가의 정점이었고, 이후 2022년까지 크게 하락세를 이어간 모습은 같지만, 아디다스는 2022년까지 크게 하락세를 이어간 모습은 같지만, 아디다스는 2022년 4분기를 기점으로 반등해 2023~2024년에 계속 상승한 반면, 나이키는 반등하지 못한 채 2024년에 계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물론 주가 그래프만 보고 나이키가 끝났다고 하긴 어렵다. 축적한 자본과 인재가 풍부하기에, 패착을 극복하고 반등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에 대한 매력도나 성장세는 꺾였어도 나이키가 쉽게 무너질 기업은 아니다. 그동안 나이키는 마케팅이 세계 최고라고 꼽혀왔다. 그렇기 때문에 침체기를 겪는 지금, 2024년과 2025년에는 나이키에서 과감한 구조조정과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연적일 것이고, 이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지켜봐야 한다. 나이키로 인해 러닝열풍도 더욱 커지고, 러닝에 이어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 스포츠 열풍도 일어날 수 있다. 이건 스포츠웨어에만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식음료, 다이어트, 패션 영역까지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누군가는 이때 돈을 벌 기회를 가져갈 것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데커스의 상장 이후 전체 기간의 주가추이를 비교해보자.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현재 1,2위를 다투는 기업인데 전문적인 스포츠에서 라이프 스타일 패션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중화되었고, 힙합, 스트리트 패션, 리셀, 한정품 마케팅, 레트로 등 문화적 마케팅 코드로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그에 비해 아식스나 호카는 마라토너, 전문적인 운동선수나 마니아층에서 기능성을 강조해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자리 잡았다. 체급으로 따지면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한 종합 브랜드라면 아식스와 호카는 전문 브랜드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지금 시대의 스포츠웨어와 운동화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패션 스타일의 접근에서 진짜 운동으로의 접근으로 태도가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키가 패션에만 치중하고 운동을 외면한 게 아니다. 올림픽이나 세계육상대회 등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보면 낭니키 운동화를 가장 많이 신었다. 원래 나이키는 기능서에서도 늘 혁신적인 선두 주자였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나이키는 패션 스타일에 더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리셀 시장도 커지고 한정판 마케팅 역시 잘 통했고, 전 세계에서 나이키 스니커즈 수집 열풍도 번졌다. 하지만 예전의 유명한 모델을 다시 기용하며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고, 당장 잘 팔리는 품목에 집중하다가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에는 점점 소홀해졌다. 크고 작은 리스크들이 누적되어 러닝의 인기가 고공행진인 지금 시점에서는 소비자가 나이키를 선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이키가 주춤하는 사이 때마침 더 전문적이고, 더 좋은 기능을 가진 아식스, 호카, 온 러닝이 선택을 받았다. 이들이 주목받게 된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나이키 때문이다. 누군가의 위기가 누군가의 기회가 되고, 누군가가 트렌드를 잘못 읽으면, 누군가는  반사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주춤하게 된 요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압도적 브랜드 가치를 가진 나이키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수수료를 물지 않기 위해서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로 전환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9년 말 아마존에서 나이키 상품을 철수했고 전체 매출에서 D2C 비중을 높였다. 도매 파트너들 중에서도 일부만 남기고 손절을 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2020년 코로나19를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상황에서 D2C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오프라인 쇼핑이 멈춘 사이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다. 덕분에 2021년엔 전년 대비 19.1% 매출 증가라는 실적을 거뒀고, 나이키 주가도 그해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나이키 전체 매출을 보면 도매 판매 비중이 2012년 85%에서 2022년 58%로 줄었고, D2C 비중은 42%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D2C의 성공적인 안착과 실적 고공행진에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생산량을 늘렸는데, 2022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 위축 상황에서 재고가 막대하게 쌓인 것이다. 도매 판매 비중이 줄었기 때문에 재고를 D2C에서 처리해야 했고, 대대적인 가격 할인과 판촉 행사로 물건을 팔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적이 악화되었다. 도매 판매를 지는 해라고 진단한 나이키로선 재고 관리 측면에서 도매 판매가 가진 힘을 간과했다. 경제가 계속 호황이고 소비 위축이 생기지 않았다면 나이키의 D2C 전환 전략이 계획대로 이루어져 2025년 D2C 비중이 60%까지 갔을 것이며, 지금 같은 위기를 겪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재고 관리와 소비 침체에 대한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에서 나이키의 불운이 아니라 경영적 패착이 분명하다. 나이키가 D2C에 집중하느라 도소매에 소홀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 브랜드는 아디다스다. 똑같이 소비 위축과 재고 문제를 겪었지만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문제를 극복해갔다. 또한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나이키가 철수한 이후 호카, 온 러닝 같은 새로운 브랜드와 아식스, 뉴발란스 등이 기회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나이키는 경쟁자들을 도와준 셈이다.

 

오프라인은 계속 필요하다. 사람들의 욕망은 오프라인을 버리지 않으며, 오프라인 유통과 소매는 사라질 수 없다. 아무리 첨단 디지털과 모바일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고 해도, 우리의 몸은 오프라인이라는 현실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오프라인 vs 온라인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시장을 봐선 안 된다. 소비자에게는 둘 다 필요하다. 오프라인과 로컬의 비즈니스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30 세대가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하고 SNS에서 활발히 소통하면서도, 오프라인에서 달리기를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여행도 다닌다. 20대가 유튜브와 틱톡을 열심히 보는 한편 최근 종이책과 활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마찬가지다. 뭐든 흔하지만 희소한 것이 새로운 욕망이 된다. 오프라인과 아날로그는 퇴색된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돈이 되는 현시대의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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