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시장 친화적인 공약이 '노후 계획도시법'이다. 시작은 '1기 신도시 특별법' 이었으나 일부 지역의 특혜 시비와 함께 노후 계획법으로 이름을 변경해 국회에 통과되며 제정되었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선도지구 3.6만 호 내외를 규정하고 이들 지역에 대해 특별 정비 구역을 정하게 되면, 한국 역사상 최초로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이 본격화될 것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추진되는 과정이나 이를 통해서 미래의 주거상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전의 도시 정비법을 기준으로 하면 약 30만 호인 1기 신도시가 10만 호 늘어나 약 40만 호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노후 계획법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때는 거의 2배에 해당하는 60만 호로 30만 호가 더 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노후 계획법의 용적률 상한은 450%로, 현재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 210%의 2배를 넘고 있어서다. 면적이 동일하게 지어진다면 2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만큼의 대규모 정비 사업이 한국에 등장한 적은 없었다. 1기 신도시가 일제히 재건축된다고 가정하고, 그 시기에 서울도 정비사업이 활성화된다면 특정 연도의 주택 멸실 물량과 이주 수요의 폭증이 약 3년간 그대로 쌓일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2028년도에 이주한다고 하고 이때 첫 이주를 3.6만 호, 이 시기에 서울의 정비 사업을 2만 호로 생각하면 1차 연도에 5.6만 호가 이주하게 될 것이다. 2차 연도에도 준공 주택이 없으니 5.6만 호, 3차 연도에도 5.6만 호가 이주하게 될 것이다.
경기도에서만 도합 10.8만 호, 서울에서도 6만 호가 이주하는 경우 이때 이주하는 수요만 16.8만 호에 해당하는데, 4년 차가 되어서 공사가 준공된다고 하면 4년 차에도 5.6만 호가 멸실되고, 반대로 서울은 2.4만 호 준공, 경기도는 3.6만 호의 2배인 7.2만 호가 건설되어 총 9.6만 호 내외가 건설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실질적 증가는 9.6만 호에서 5.6만 호를 차감한 4만 호가 된다. 따라서 매년 4만 호가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3년 누적으로 약 15.6만 호가 누적된 것을 따라 잡는 시점은 4~5년 차가 된다. 이는 멸실된 것부터 합치면 무려 7~8년 차라는 의미다. 즉, 신도시 정비와 이주로 임차료가 최고치로 상승 할 것이고 이에 따라 기존 주택 역시 집값 상승의 압력이 대거 발생할 것이다.
설령 전체 1기 신도시가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개별 단지의 경우엔 자기 단지의 정비 사업을 무사히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을 다루는 정책을 펼치는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은 임대차 시장에 대한 균형 관리일 것이다. 이게 실패한다면 2020~2021년에 일어난 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의 임대차 대란이 올 수도 있다. 이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신도시 재개발, 집값은 얼마나 오를까
다만, 위의 집값 상승 예측이 그대로 일어날 가능성은 앚기 낮다. 첫째, 정비 사업은 시행 과정에서의 돌발 변수가 너무 많다. 민간 정비사업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간이다. 그래서 정부가 기획하는 시기보다 사업이 더 더뎌질 가능성이 늘 있다. 역사상 민간 정비 사업이 갈등 없이 진행된 사업이 없었으며, 갈등의 종류도 시대가 발전함에 따람 ㅐ우 다양해졌다. 특히 2022~2024년을 거치며 공사비가 상승한 문제도 있다. 과거에는 조합원들끼리의 갈등이 조합과 비대위 형태로 나타났다면, 현재는 조합과 시공사, 조합과 인허가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엮인 갈등 양상이다. 그렇기에 정비 사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민간 조합사업의 갈등을 충분히 조정할 필요도 고려된다.
둘째는 정비 사업이라면 '사업성' 이 사업의 알파이자 오메가인데, 사업성에 대해 무조건 유리하게 생각하기가 현재로서는 어렵다. 일반 분양, 즉 제3자의 수분양 대금을 통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현재의 정비 사업 체제는 '남의 돈을 써서 사업을 하는' 형태가 된다. 이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쌓아서 '자기가 자기 집을 고치는' 개념의 주택 정비와 대비된다. 남의 돈으로 정비 사업을 해온 건 한국의 오랜 정비 사업의 역사다. 일반 분양의 가격이 높아야 진행할 수 있었고, 사회는 이런 방식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현재 수도권에 이 정도 규모의 정비 사업이 진행되었을 때 해당 지역에 쏠리는 매매 수요를 소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 또한 수도권 안에서도 수요 공급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의 장래인구추계상 경기도 역시 인구가 마냥 증가하고 있진 않다. 이런 상태에서 대규모 정비 사업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가구이동이 발생한다면, 반대급부로 이탈이 나타나는 도시에서는 멀티플이 내려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는 지방의 출생률이 더 높지만, 멀티플은 지방이 더 낮다. 이유는 앞서 말했듯 지방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었을 때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기도 역시 1기 신도시 정비 사업이 되는 시점에, 상당한 가구 이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때는 다소 큼직한 수준의 가구 이동이 발생하면서 경기도 안에서 주택 시장이 일부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현재 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둔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상당한 갈등이 지자체 간에 발생할 수 있어서다. 결국 정비 사업은 관이 개입하고 인허가를 해주는 절차 사업이다. 자기지역에서 가구 이동이 발생하는 지자체의 몽니가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셋째는 현재의 노후 계획도시법을 2024년 말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선도지구는 전체 정비 사업 지구에서 선정하겠지만, 경제성을 고려한 실질적 추진은 분당 신도시 정도로 제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 법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물론 법대로 했는데 분당만 재건축하는 것에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당시 여당 측 인사인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이 회의 중 "이 법은 분당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법으로 노후 계획도시법의 이름을 한 양두구육법" 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기에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논란이 생기면 이에 대응하고자 정비 사업이 인허가 방식임을 활용해 시간을 끌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기에 노후 계획도시법상의 정비 사업을 적극적으로 끌고 간다고 하더라도 향후 발생할 최선과 최악의 변수들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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