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반대말인 Young과 old를 섞은 묘한 단어가 있다 바로 Young-old다. 줄여서 '욜드' 혹은 'YO'라고도 한다. 성인 발달 및 노화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미국의 심리학자 버니스 뉴거튼 박사가 정의한 개념으로, 그가 1974년 발표한 연구 논문 '미국 사회의 연령대와 젊은 노년층의 부상' 에서 비롯되었다. 뉴거튼 박사는 지금의 노인이 예전의 노인이 아니라며, 55~75세를 젊고 건강한 신중년 혹은 젊은 노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언급되던 용어가 최근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신중년 범위를 55~69세로 묶기도 하고, Young-Old 대신 '액티브 시니어', '뉴 시니어'로 부르기도 한다. 건강을 유지하며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소비 생활과 여가를 즐기는 이들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나이 범위나 신중년이 어떻게 명명되는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미 1970년대부터 노인을 세분화해서 젊은 노인과 늙은 노인으로 구분했다는 점이고, 그 중 젊은 노인이 75세까지라는 점이다. 미국에선 50년 전에도 75세까지 해당하는 이들을 젊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 기준으로 80세까지도 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평균수명이 80대를 훌쩍 넘었으니 건강을 유지하며 젊게 사는 노인들은 80대 후반, 아니 90대까지도 수명이 이어진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인생을 마무리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80세 이후라고 봐야 하고 그들이 진정한 노인이다. 그 전의 나이는 젊은 노인, 예비 노인, 혹은 신중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외 트렌드 리포트에서 주기적으로 Young-Old나 액티브 시니어를 대두시키는 이유는 그만큼 젊은 노인의 소비력, 그들의 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시장의 방향에 집중해야 할 때다.
펜실베니아 와튼 스쿨의 국제경영학 교수 마우로 기옌은 "앞으로 나이와 세대 구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멀티 제너레이션이 도래하면서 '퍼레니얼(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는 사람)' 속성을 가진 개인들이 출현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에 저서 <Perennial>을 출간했고 노인 시장 공략을 계속 주장한다.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얘기를 좋아할 젊은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제로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하듯, 'Perennial'도 마찬가지다. 마우로 교수는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기업은 MZ가 아닌 60세 이상 세대에 주목해야 한다. 2030년이 되면 세계 60세 인구가 35억 명에 달할 것이다. 젊은 인구는 줄어들지만 60대 이상 세대는 세계 어디를 가도 늘고 있다. 나이 든 소비자가 경영의 지평을 새롭게 바꿀 것이다. 실버 시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무시하지 못할 소비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버의 구매력은 2030년이 되면 무려 20조 달러(약 2경 6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앞으로 YOLD를 가장 중요한 소비 세력으로 보는 것이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노인'을 검색하면 노인 일자리, 요양, 돌봄, 연금 같은 내용이 상단에 나온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해 가지는 대표적 인식이자 노인과 관련된 핵심 욕망, 즉 비즈니스 트렌드의 방향성인데 이 중에선 노인에 대해 과거부터 쌓인 선입견과 관성이 그대로 있는 경우도 많다. 더 많은 돈의 기회를 얻으려면 이런 관성을 지워야 한다. 새로운 노인상이 머릿속에 그려져야 그들이 만들어낼 기회도 내다볼 수 있다. 젊은 노인이 늘어나면 그에 맞는 일자리 확충도 필요하고 노인의 소비도 더 확대될 것이며, 나아가 노인의 이혼과 결혼(재혼), 연애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 5060대를 위한 시니어 데이트 앱이 출시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5060대부터 중년의 관성을 벗어나고 있고, 7080대도 안티 에이징, 에이지리스 등 적극적으로 나이를 지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두 소비가 이뤄지고 돈이 움직인다.
다 쓰고 가겠다는 노인이 늘어나는게 왜 중요할까?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젊은 노인들을 만나고 있다. 이들의 취미와 소비는 중요한 비즈니스다. 특히 케어 이코노미가 점점 중요해지므로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스스롤르 보살피려면 돈이 필요하다. 투자든, 사업을 하든, 일해서 벌어들이든 돈을 많이 벌어놔야 하는 시대다. YOLD가 늘어나고, 케어 이코노미 시장이 커질수록 개인의 투자 시장 역시 커질 것이다. 실제로 60~80대의 관심사를 살펴보면 '건강'보다 '투자'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주식, 부동산 등 투자를 통해 부를 쌓아야겠다는 60~80대가 늘어났고 앞으로도 이들의 투자가 계속될 것이다. 인생의 마무리 단계라고 여겨서 투자를 소극적으로 하거나 멈추며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자신을 젊다고 여기다 보니 자산 운용과 투자 방향성, 돈을 대하는 태도도 더는 과거의 노인 같지 않다. 또한 이들은 돈을 벌어도 자식에게 상속하기보다 자신이 다 쓰고 가겠다는 마인드가 강하다. 현재 한국의 7080대가 가진 부양과 노후에 대한 관성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4년 7월 11일, 행정안전부에서는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명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인구 중 19.51%다. 65세 이상인 노인의 인구 비중이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인데 한국은 2017년 14%를 넘었고, 2025년이면 20%를 넘을 것으로 본다. 2035년이면 30%를 넘고, 2050년이면 40%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즉 욜드나 액티브 시니어가 만들 비즈니스 기회가 매년 더 커진다는 점이고 그런 의미에서 2025년은 중요한 기점이 된다. 노인의 기준을 바꾸자는 여론 역시 거세질 것이다. 65세 기준으로 따지면 노인이 20%이지만, 70세 기준으로 높이면 크게 줄어든다. 대중교통 무료 이용부터 각종 노인 복지와 혜택이 65세에 맞춰져 저항 심리도 있겠지만 늘어나는 노인의 흐름을 생각하면 결국 바뀔 수밖에 없다.
2024년 6월, 이미 서울시에서는 새로운 복지 사업부터 노인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인을 가르는 나이의 기준이 65세가 된 건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 경로우대 조항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기본으로 하여 기초 연금, 대중교통 무임승차 등이 제공되었는데 시시각각 바뀌는 사회에서 40여 년 전에 만든 기준을 지금도 적용한다는 사실이 넌센스다. 당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6세 정도였고 지금은 그보다 20세 가까이 늘어났다. 결국 서울시가 먼저 나섰고 정부도 나설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사실 그동안 노인의 기준을 높이려고 몇 번 시도를 했지만 노인 단체의 반발이나 노인의 표심을 고려하다가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따. 하지만 변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위기를, 누군가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65~70세가 약 400만 명이다. 기준이 변경되면 이들이 누리던 혜택이 사라지지만, 반대로 그 혜택에 준하는 소비와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65~70세면 젊은 노인 중에서도 또 젊은 축에 속한다. 앚기 은퇴하지 않았거나, 은퇴한 직후이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경제력이 상위 20% 정도라고 하면 아주 강력한 소비 세력이 된다. 2024년 60~80대가 약 1383만 명이다. 2029년엔 1618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본다. 이때 역시 인원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부의 규모 또한 커질 것이다.
케어 이코노미가 뜬다
케어 이코노미는 노인과 장애인, 어린아이 같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간병, 간호, 보조, 보육 등 모든 돌봄을 지원하는 거대한 산업이자 비즈니스다. 2024년 UN에서는 세계 이코노미 규모를 11조 달러로 추산했는데, 이는 전 세계 GDP의 9%에 해당되는 큰 규모다. 한편 국제노동기구는 케어 이코노미의 성장에 따라 관련된 돌봄 일자리가 2015년 2억 600만 개에서 2030년 3억 5800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각 국가에서 사회 복지 분야에 투자를 2배로 늘릴 경우엔 돌봄 일자리가 최대 4억 7500만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비즈니스 측면으로도, 일자리 측면으로도 케어 이코노미는 가장 중요한 메가 트렌드인 것이다.
케어 이코노미의 핵심은 노인이다. 노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고 선진국일수록 가속화되고 있기 대문이다. 미국은 65세 이상인 인구가 18% 정도이고 곧 초고령사회의 기준인 20%에 진입한다. 유럽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한국은 2025년에 진입한다. 경제력이 높은 선진국이 노인 돌봄 시장을 먼저 열어가는 셈이다.
이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가 시니어 타운이다. 미국에서 이런 서비스를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라고 하는데, 쉽게 은퇴자 커뮤니티를 말한다. 여기에 사는 은퇴한 노인들만 70만 명가량 되며 이들이 낸 입주비(보증금)가 평균 44만 594달러이고, 매달 평균 3862달러 정도를 낸다고 한다. 보증금이 약 6억 원이고 매달 500만 원씩 지출하는 것이니 결코 싸지 않다. 노인 돌봄 서비스도 결국 고급 시장과 대중 시장으로 나뉠 텐데 고급 시장의 산업적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선 수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노인 케어 서비스 기업이 이미 여럿 존재하며 성장세도 가파르다.
은퇴하고 나면 노인 중 상당수는 빈곤층이 되고 정부의 복지에 의존하게 되지만 경제력 상위권인 노인은 다르다. 사실 케어 이코노미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고급 시장이 만들어지면 준고급 시장, 대중시장 등으로 세분되며 시장이 발달한다. 결국 미래에는 중산층 이상의 노인이 각자 집에서 자체적으로 노후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 타운 같은 커뮤니티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풍요롭게 살아갈 것이다. 이런 곳에서 살기 위해 자녀가 돈을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노년을 위해 대비해야 한다.
기대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노후에 쓸 돈은 더 많이 필요해진다.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할 여력 역시 점점 떨어진다. 이미 여러 국가의 노인이 자산을 상속하지 않고 본인이 다 쓰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과 유럽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건 이제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결국 노년의 부몰르 돌보는 건 자녀의 몫이 아니라 돈의 몫이다.
한국은 이미 케어 이코노미가 시작되었다.
케어 이코노미가 고석 성장할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일단 한국의 기업들이 이를 간과하지 않는다.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실버 케어시장에 뛰어들었고,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 회사들도 고급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학습지 회사도 실버 케어, 액티브 시니어용 교육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저출산과 줄어드는 학령 인구에 비해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노령화 추세를 감안해 주로 어린이를 상대하던 학습지 회사가 노인을 상대하는 서비스로 사업 확장을 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을 위한 돌봄 로봇이자 반려 로봇,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자율주행 서비스도 케어 이코노미에 포함될 수 있다. 국내의 건설 회사, 보험 회사, 교육 회사, 자동차 회사, 전자 회사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케어 이코노미가 만들 미래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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