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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이혼과 스립 테크

앗아뵤 2024. 11.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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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수면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수면 이혼은 부부가 함께 살지만, 잠은 분리된 침대, 침실에서 자는 것을 말한다. 즉, 각자의 침대, 혹은 각방에서 잔다는 얘기다. 2023년 미국 수면의학회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수면에 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은 수면 이혼 상태라고 한다. 특히 27~42세인 밀레니얼 세대에선 이 비율이 43%에 달했다. 43~58세(33%)와 59~76세(22%)도 각방 수면을 택했다. 수면 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는 수면의 질이 낮아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수면의 질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남성의 55%가 항상 혹은 자주 푹 잤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3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31%의 여성들은 기상할 때 피곤하다고 했으며 그 이유로 배우자의 코골이 등 잠버릇을 꼽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일명 코골이 방을 따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왜 잠을 둘러싼 트렌드와 비즈니스가 계속 커질까?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미국에선 수면 이혼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걸 각방이라고 부른다. 부부가 한 방에서 자더라도 각각 침대를 쓰는 경우도 늘었고, 각자의 방에서 수면을 취하는 모습이 이게 낯설지 않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예전에는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것을 금기처럼 여겼다. 부부 싸움을 하거나 사이가 좋지 않을 때 각방을 쓴다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인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차원에서 각방 쓰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여도 잠을 자는 환경이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따뜻하게 자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시원한 환경을 추구한다. 수면 시간 역시 이르거나 늦는 등 차이가 있으며 나아가 잠버릇의 문제도 고려된다. 과거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맞췄다. 그러나 이제는 수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도, 관계를 위해서도 이득이라는 것을 인식 하면서 각방, 각 침대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수면에 관한 인식의 변화는 고스란히 침대 시장이 수혜자가 되었다. 2021년 국내 침대 및 매트리스 시장은 1조 5000억 원이었는데 2023년 2조 원 규모로 커졌다. 5000억 원이 단기간에 커진 건 수면 품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영향 때문이다.

 

시몬스침대는 2019년 2038억 원이던 매출이 2023년 3138억 원으로 4년간 무려 1100억 원이나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106억 원에서 319억 원으로 3배 늘었다. 2010년에 매출 795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0여 년 사이에 수직 상승을 한 셈이다. 에이스침대도 마찬가지다. 2010년 1721억 원 정도에서 2023년 3064억 원으로 늘었따. 국내 침대 분야의 1,2위를 다투는 회사가 최근 10여 년간 고속 성장을 했고, 범위를 좁히면 최근 5년간 팬데믹 위기의 영향을 받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침체를 겪었음에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특히 시몬스는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이쓰며, 에이스도 마냥 저렴한 제품을 파는 게 아니다. 비싼 품목이지만 한국인들이 수면 품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좋은 침대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매출도 따라간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에 근거한 수면장애 환자가 2018년 85만 5025명에서 2022년 109만 8819명으로 24만 3794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4년간 28.5%, 연평균 7.8%증가한 것이다. 2022년 기준 수면장애 환자 중 남성은 47만5003명이고, 여성은 62만 3816명이다. 확실히 수면장애를 겪는 경우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갑자기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은 아니고 늘 그래왔다. 미국과 한국 모두 수면 품질에서 여성이 더 열악했다. 이건 대부분의 국가가 비슷하다. 즉 수면 산업에서 있어서는 여성이 좀 더 중요한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를 연령대로 살펴보면 60대, 50대, 70대, 40대 순서인데, 50~70대가 전체의 60% 가량을 차지하지만, 3040대의 수면장애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도 가파르다. 지금 한국에서는 연간 약 110만 명이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고 있다. 정상적으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지만 진료까지 받지 안흔 사람도 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잠에 관한 불편함을 겪는 이드은 수백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2005년에 수면장애 환자가 약 12만 명이고 2010년에는 약 29만 명이었다. 최근 10년간 거의 3배 정도 늘었다.

 

수면장애를 겪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이 2024년 2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면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잠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로 잠드는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복수 응답인 설문이었는데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이들이 65%였고, TV를 보는 이들도 36%였다. 즉 스마트폰과 TV 둘 다 본느 사람도 꽤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스마트폰을 보고, 연령대가 높을 수록 TV를 보다가 자는 경우가 많았다.

 

기회의 시장, 슬립 테크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쇼츠나 유튜브 중독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불면을 겪을 환경이 커지는 셈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취업, 학업, 투자 등 일상의 다양한 측면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면 심했지 줄어들 리는 없다. 수면장애 환자를 비롯해 크고 작게 불면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수면 산업의 기회가 커진다는 의미다. 침대와 매트리스뿐만 아니라 수면장애 치료나 수면 음료 등의 시장도 점차 더 생겨나고 활발해질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금 기성세대는 경제 성장 과정을 겪으며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고 주 6일, 주 7일에 상시적 야근도 비일비재했다. 가장 수면 시간이 적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반대로 보면 잠과 관련한 비즈니스 기회가 앞으로 많아질 나라가 한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과 함께 주목할 나라가 일본이다. 2023년 <이코노미스트>에서 국가별 평균 수면시간을 조사했는데, 일본이 35개국에서 35위로 꼴찌, 그 다음 34위가 한국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싱크탱크랜드연구소에 따르면 수면 부족에 의한 일본의 경제적 손실이 GDP의 2.92%인 약 15조 엔이라고 한다. 수면장애가 경제적 손실을 만들기 때문에 수면장애를 해결하는 건 결국 경제적 손실을 막는 길이기도 하고, 수면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쓰는 돈은 생산적인 투자가 되는 셈이다.

 

수면장애를 이제 슬립 테크로 이어진다. AI와 IT 기술을 활용해서 수면 전부터 수면, 기상할 때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장애를 개선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확대된다. 조명과 음향, 향기, 가구, 침구에서도 IT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가 커질 것이며, 편안한 잠을 돕는 수면 관련 치료제, 수면 유도 음료나 영양 보조제 산업도 학대될 것이다. 이미 멜라토닌이 포함된 수면 젤리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직원들의 수면 품질을 높이고 업무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가의 수면 캡슐이나 낮잠 방을 설치하는 기업이 늘어났고, 싶은 잠에 빠지기전에 깨는 파워 낮잠을 허락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슬립 테크, 수면 산업의 성장에 일조한다. 잠은 이제 알아서 혼자서 자는 일상적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막대한 시장이자 부의 흐름이 만ㄷ르어지는 중요 결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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