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소득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등으로 경제적 계급으 나눈 수저론은 드라마나 웹툰 콘텐츠에도 쓰일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이에 한술 더 떠 온라인상에서는 계급 층정기라는 이름의 소득표까지 퍼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더 높은 계급을 갈망하듯 소득에 대한 눈이 높아지며 연봉 1억 원을 이제 표준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세청에서 발표한 연봉 데이터를 살펴보면, 연봉 1억 원이 상위 7%, 연봉 5100만 원이 상위 27%, 연봉 3200만 원이 사위 50%다. 1억은 100명 중 7명이 받을까 말까 하고, 평범 혹은 하위층이라고 인식되는 5000만 원 또한 100명 중 약 30명이 받는다. 사회적 인식에 비해 실질적으로 낮은 연봉이 아니며 저소득자가 훨씬 많다.
계급 측정기라는 이름은 매우 적나라하지만 아주 놀라운 일은 안디ㅏ.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동산, 자동차, 명품 등의 계급표가 심심찮게 업로드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 계급표는 수도권의 지역구를 비롯해 지방 주요 도시의 급지를 나눈 것이다. 사실 같은 동네 안에서도 집값의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런 계급표는 다소 불확실하다. 그러나 여기서 느낄 수 이쓴ㄴ 사실은 우리가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분야마다 사람들이 최상위와 최하위까지 계급을 나누고, 이를 기준점으로 삼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취향이나 기준이 아닌, 타인의 선호도를 신경 쓰고 따라가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범 답안대로 사는 사람들
한국은 사회적으로 '잘 사는 인생'의 답이 정해져 있다. 하교 진학, 결혼, 취업 등 삶의 대소사에 관해 모범 답안이 존재하며 모범에 속하기 위해 달린다. 가구 하나를 사더라도 주변 사람들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묻고 댓글을 참고해 구입하는 일이 흔하다. 질문하는 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하기보다 ㄴ마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좋다고 여기는 심리가 만연하다.
한국 사회가 모범 답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게 된 데는 평범한 인생의 기준이 점점 상향되고 있는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최소 이 대학교는 나와야지', '수도권 지역에서 자가 없으면 결혼하지 말아야지', '취업하려면 대기업은 가야지' 라며 상위 10%인 사람이 영위할 만한 생활을 점차 평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대다수가 평균 이하인 현실과 사회적 인식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우울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저론의 핵심인 부모의 재력은 한국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 4개국 대학생을 상대로 사회적 성공 요인 중 1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했을 때 하눅 대학생의 50% 이상이 부모의 재력을 꼽았따.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없다고 체감하게 되니 부모의 재력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인식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회적 구조나 국민성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한국에서 부모의 재력은 무시하기 힘든 요소다. 그럼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부모의 재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을까, 적은 사람들이 많을까? 부자는 항상 소수였다. 그렇기에 금수저가 아닌 대다수는 노력해도 의미 없다는 생각에 휩싸여 사회적으로 패배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다.
수저론의 시작은 8~9년 전쯤부터로 보고있다. 이 시기에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이 바로 출산율이다. 2015년부터 합계출산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들은 흙수저의 등장과 출산율 하락이 맞물려 세대 간, 성별 간 일자리 경쟁이 본격화되었다고 본다. 또한 기획재정부에서는 수저계급론 확산과 성별 갈등이 격화된게 노동 시장에서의 경쟁이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가 노동 시장에 머물러 있는 시점에 자녀인 청년층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여성 또한 과거 대비 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경쟁이 벌어져 사회가 다각도로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소되지 않는 노동 시장 문제, 그리고 결혼과 출산의 의미가 희미해지면서 자녀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이 2013년 39.6%에서 2023년 29.1%로 급격히 떨어졌다. 흙수저를 물려주기 싫어서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이 소수에서 다수의 여론으로 바뀌는 것이다. 경제력이 자녀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금융 자산 4분위(상위25%)인 부모를 둔 자녀 대비 1분위(하위 25%)인 부모의 자녀가 대기업과 정규직 등의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7.6%포인트 낮다고 했다. 첫 일자리 임금의 차이 또한 1분위 부모의 자녀는 4분위 부모의 자녀보다 10.7% 적었다. 환경,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격차가 유의미하게 드러나고 있고, 가속화되고 있다.
세분되는 계급 속 나아가야 할 길
사람들은 일상 곳곳에서 수많은 계급표를 마주한다. 부동산부터 자동차, 명품, 향수, 가구 등 소비하는 품목마다 순위를 살펴보고 더 좋은 것을 감랑하게 된다. 이런 순위에 매달리는 이유는 계급도의 상위를 차지하는 게 개인의 성공을 보여주는 척도로 여기는 풍조 때문이다. 좋은 직장, 비싼 차, 좋은 예물, 좋은 집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각종 통계 자료를 보면 가구별 소득이 높을수록 사람들의 행복감도 올라가고 사회적 지위도 높다는 것이 밝혀졌듯이 이제 한국은 소득이 삶의 만족도와 직결되는 나라라고 봐도 될 정도다.
사실 계급화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계급이 없는 사회는 없다. 한국에서 현재 알게 모르게 계급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 역시 계급이 존재하며 한국은 오히려 덜 하다는 시각도 있다. 유럽과 선진국은 이미 굳어져있고, 한국은 이제 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지금 계급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역사적 요인도 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나라가 주저앉았다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전에는 가시적인 계급이 없었다. 극소수의 부자가 존재했고 국민 대부분이 똑같이 가난했다. 그러다 경제 선진화가 이뤄지며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아직 공정한 경쟁은 가능하다. 기존의 성공 방식으로 잘 살기 어려워지고, 성공의 문이 좁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 기회는 있다. 한국은 경제 선진국 중 사회 변화가 빠르다. 잘 되는 기업도 수시로 바뀌고, 이차전지처럼 무에서 유를 만들기도 한다. 역동성이 큰 만큼 계급 이동도 다른 국가에 비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부의 사다리를 붙잡을 수 있을가?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면 답이 보인다. 10여 년 전만 해도 유튜브 시장이 커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유튜버가 되지 못해서 난리다. 이처럼 최근 10년 사이 새로 생겨난 분야와 산업, 파생된 직군이 매우 다양하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이커머스, 각종 창업, 온라인 마케터처럼 새로운 분야의 파이가 커진 것만 봐도 그렇다. 흥망을 떠나 언제든 새로운 기회와 직업이 생기는 환경이다.
아직 대다수의 사람은 기존의 방식을 그냥 따라간다. 기회의 문이 좁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성공하는 사람은 기존의 방식을 따르는 이보다 새로운 방식을 찾는 사람일 것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해선 상가를 임차하고 보증금부터 인테리어까지 많은 창업비용이 필요했다. 큰돈을 들인다고 해서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았기에 쉽게 창업을 결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과거 대비 다양한 인프라가 생겨나고 초기 비용이 급격히 떨어져 용돈 수준으로도 1인 창업을 할 수 있다. 본인의 재능을 개화하기 훨씬 쉬운 시대가 된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앞으로 10년, 돈 벌 기회는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세상이 점점 세분되는 만큼 이에 맞는 기회와 틈새시장이 더욱 많이 생길 것이며, 이를 노려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기회 또한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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