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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집착과 명품 시장

앗아뵤 2024. 11.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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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명품 소비 1위 국가.'

최근 한국이 차지한 타이틀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발행한 개인 명품 소비액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에 대한 한국인의 총지출은 2022년 기준 168억 달러(20조 9000억 원)로 1인당 소비 금액으로 산출하면 약 325달러다. 280달러인 미국, 55달러인 중국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에 힘입어 1년에 한 번씩 가격 인상을  했던 명품 브랜드들이 이제는 시계나 가방을 불문하고 1년에도 수시로 가격을 올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따. 한국에서 명품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가격이 오르면 한국도 오르거나, 결혼을 많이 하는 시기에 맞춰 인상되는 등 일명 명품 가격인상의 법칙이 존재한다. 수요가 높은 브랜드의 인상 금액은 10% 이상으로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가격이 인상되면 명품을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이 가장 저렴하니 빨리 사야겠다' 라고 마음먹게 되어 수요가 몰린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어차피 살것이니 지금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몇몇 명품 브랜드에서는 소비자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예약 구매한 제품의 수령일이 가격 인상 이후의 날짜라서 일방적으로 구매를 취소시켜 인상된 금액으로 사게 하거나, 제품 하자로 교환을 신청한 시기가 가격 인상 시즌이라 추가금을 내야 교환이 가능하다고 요구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생겨도 명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명품은 럭셔리로 인식된다. 럭셔리의 사전적 정의에는 비싸지만 필요하지 않은 것이란 의미가 있다. 즉 비싸지만 필수재는 아닌 것이다. 한국에서는 럭셔리와 명품이 동일선상에 있지만 더욱 적합한 단어는 사치재가 아닐까 싶다. 필요 없지만 갖고 있으면 기분 좋은 제품, 이것이 우리가 인식하는 명품이다.

 

명품은 이미지를 사는 것이다

 

유독 한국에서 명품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지금 시기에 물건의 가치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300만 원대의 명품 가방의 원가가 8~10만 원으로 밝혀지고 어느 브랜드는 가죽 장인이 아닌 하청 업체에서 제작한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하면서, 명품 구입의 핵심은 물건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샀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필수재를 넘어 사치품을 구입하면서 잘 살고 있다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심리 대문에 더욱 명품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차, 시계, 가방, 화장품, 의류 등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 대부분에서 명품을 추구한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계급화와도 연관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어느 정도 소득 차이에 따른 계급이 정리 되어있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것 안에서 만족하는 경향이 크다. 상류층이라면 그에 맞는 교육을 받고 소비를 하는 것처럼 계급에 따른 돈의 흐름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비싼 물건을 사서 상류층처럼 보여야 한다. 안그러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라는 인식이 생긴 듯하다. 계급을 인정하기보단 남에게 무시받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말이다. 흔히 누군가를 만났을 때어느 동네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묻거나 질문을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타인의 경제력을 묻는 풍경이 그리 이상하지 않다는 것, 즉 경제력으로 계급이 구분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명품 소비는 나의 계급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며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돈이 많은데도 쓰지 않는 것은 자린고비이고, 자린고비를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거의 없다. 반면 돈이 많아서 비싼 명품을 쓰는 건 당연한 돈의 흐름이다. 국민 모두가 절약 하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만 소비자로서 조심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명품을 '사게 되는' 풍조일 것이다. 돈이 많지 않아도 명품을 사게 되는 이유 중에는 마케팅 효과를 들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매년 명품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에 브랜드들은 차라리 빨리 사는 게 낫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친다. 그렇게 구입하고 났더니 실제로 가격이 올랐다면 이득을 본 셈이 되고, 당장 필요 없더라도 구입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명품은 환금성(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중고 시장도 활발하다. '확실한 명품을 잘 골라서 사면 재테크보다 낫다' 라는 이야기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사람들이 인정하는 명품을 사면 여러모로 손해 볼 것이 없다' 라는 합리화를 형성한다. 그러다 보니 중고 시장만큼 '짝퉁' 시장의 파이도 만만치 않다. 요즘은 명품과 구분이 힘든 소위 'S급' 가품에 백만 원대의 돈을 쓰는 경우도 많아졌다. 명품에 대한 사회적 문화가 고가의 가품을 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명품 소비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단연코 SNS다. 비교 심리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특성상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 없다' 라며 하나쯤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한다. 명품을 선택한 기준을 묻는 경제지 설문에 지인의 SNS라는 답변이 가장 많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명품을 사고 사진을 올린 지인, 명품을 광고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취향으로 명품을 사기보다 최대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나 남들이 인정해주는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이한 디자인보다 대중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제품이 중고 시장에서 빠를게 팔려 금전적으로 손해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명품 선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한국에서 명품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으로 보아, 강한 경제적 침체기가 닥치지 않으면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명품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은 불황이 닥치며 며움 소비 분위기가 조금 꺾였다. 이에 명품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가격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럭셔리는 소비 시장에서 엄청난 마케팅이다.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게 되기 때무니다. 또한 과시욕과 허영심 자극,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마케팅까지 사치재를 구입하는 명분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명품 소비에 쏠리는 현상이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명품을 사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돈이 몰리게 되는 곳 또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것이 옳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자신의 성향과 소득에 맞는 소비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 소비는 선택이면서도 결국 개인이 인생에서 어떤 방향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스스로 바라는 삶의 모습으 생각해보며 소비하는 것이 좋겠따. 그리고 이렇게 바뀌어가는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시장 또한 변화를 보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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