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현재 지방 소멸 위기에 처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발표한 지방 소멸 보고서에 따르면 제2의 도시인 부산마저 광역시 중에 첫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좋은 인프라를 위해 지방에서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벌어지는 문제다. 특히 부산의 경우, 고령자 비율이 2015년에는 14.5%, 2022년에는 21.3%를 보이며 4~5% 정도 상승한 다른 광역시에 비해 고령자 비율의 수치가 높았다. 젊은 층은 다른 도시로 인구가 빠져 나가고 노인의 비중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젊은이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이다. 수도권 지역에 있는 대기업에 입사하려는 이들이 많고, 지역 기업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어 신규 인구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지방의 소도시는 이미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 한국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이 많고 그중에서도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 절반 정도이기 때문에 실감이 잘 안될 수 있겠지만, 소멸 위기인 소도시는 생활측면에서부터 불편을 겪고 있다.
사라지는 마트들
소멸 위기 지역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특징에는 식품 사막화가 있다. 식품 사막이란 식료품이나 일용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철수한 지역이라는 뜻으로, 집 근처에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이 드물어 신선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사막에 빗댄 말이다.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 공공주택 지역에서 시작해 고령화율이 높은 미국, 일본의 몇몇 지역에서도 사용되며 세계로 퍼졌다. 미국에서는 도시 기준 1마일(약 1.6km), 시골 기준 10마일 이내, 일본에서는 500m 이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경우를 식품 사막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 농촌에서는 이미 식품 사막화가 벌어지고 있다. 음료수, 과자, 생수 등 공산품은 판매하지만 달걀이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은 점점 구하기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큰 농협이 아닌 단위 조합의 농협에서는 신선식품을 거의 팔지 않아 채소를 사기 위해 2시간씩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떠난다. 식품 사막은 원래 도시 빈곤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였다. 도시가 가난해지면서 저소득층은 남아있고 고소득층은 얼마든지 인프라가 좋은 도시로 이동하는데, 저소득층이나 노인은 신선식품을 섭취하지 못해 질병에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굼 사막은 인프라가 작동하지 않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로 바라봐야 한다.
의식주 중 '식'에서 도시의 인프라가 작동하지 못한다면 그밖에 전기, 수도, 교통, 의료, 교육 등의 기본 인플아세ㅓ도 전방위적으로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인구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전기, 수도를 공급하는 비용이 커지고 도시 환경 보수에도 세금 투입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 도시별 균형 발전을 위한 대책을 펼치고 있다.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제를 풀거나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특례 발굴하는 등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거, 문화, 일자리, 복지 방면에서 지역 정착을 지원하고자 노력한다.
한편 기업에서도 소도시 거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에서는 물류 센터를 세워 배송 지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폐광촌등을 비롯해 인구가 적은 지역에 배송이 이뤄져 소도시 지역의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따.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의 시스템이 언제까지 작동될지는 미지수다. 지방 소멸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면 들어가는 비용 대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소멸에 관한 대응책 중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거주지를 제공하는 방안도 있다. 국민에게 집을 사주거나 이사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전기나 수도 같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필수 인프라를 유지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네를 무인화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노인들이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바로 이뤄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사회와 식품 사막에 대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식료품 상점이 멀리 있거나 거동, 교통이 불편해 마트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일중리에 2회 이동식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지역이 있다. 한국 군대의 황금마차를 떠올리면 쉽다. 트럭이나 소형차에 생필품. 신선식품을 채워 이동식 매점, 이동식 5일장처럼 동네를 순회하는 것이다. 이 또한 세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한국도 이런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지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검토해볼 만하다.
부동산의 움직임에 주목하라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에서 지방 소멸은 앞으로 소도시만의문제가 아닐 것이다. 앞서 부산처럼 다른 대도시도 인구 이동이 나타나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청년뿐만 아니라 4050대 중장년 역시 인프라를 고려해 이동하게 된다면 지방 소멸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해 제일 먼저 교육 인프라가 멈추고, 그다음으로 인구가 없으니 의료 인프라가 줄어들고, 계속 팔아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식품 사막처럼, 차례대로 인프라가 중단되는 지역이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상업용 부동산은 벌써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파트나 주택 같은 거주지가 아닌 상업용 건물은 빈 곳도 많아졌고 건물을 팔아 수도권의 부동산을매입하는 이들도 늘었다. 수도권에 점점 몰리는 이유는 마지막까지 인프라가 작동할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산 이동되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매입 비중이 2006년 17.9%에서 2023년 24.6%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한다.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는 이들도 많겠지만, 앞으로는 지방 소멸로 인한 대응으로 외지인의 매입 비중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전국적인 부동산 양극화뿐만 아니라 수도권이나 대도시 안에서도 양극화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양극화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방 소멸이 있다는 점을 깅거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사라지는 속도만큼 앞으로 10~15년 사이에 부동산 시장에 큰 흐름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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