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시착 비용 100만 원"
"사진 촬영 한 장에 3만 원"
결혼식 문화가 점점 변화하고 세분되면서 웨딩 비용 상승에 예비부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웨딩플레이션' 이라는 신조어가 등장 할 정도로 청년층의 결혼 준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드레스 하나를 결정할 때도 피팅 비용, 착용을 도와줄 도우미 비용, 드레스 재가봉 추가금, 드레스 업그레이드 추가금 등 세세하게 비용이 들고,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각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올해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1~2년 차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총결혼 비용이 2억 9748만 원으로 이 중 신혼집 2억 4299만 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결혼 준비 비용은 5500만 원가량 들었다고 한다. 2021년에 신혼집 제외 4347만 원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5%가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현재 한국 사회에서 웨딩 비용이 급등하는 추세다.
결혼식 준비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예식장 대여다. 보통 예식장 위치, 뷔페 구성, 수용 인원 등을 기준으로 예식장을 선택하 텐데 예비부부 사이에서 '괜찮다'라고 느껴지는 예식장은 대부분 1000만 원부터 시작하며, 호텔식 웨딩과 고급 코스 요리 등을 원하면 금액은 훨씬 더 많이 올라간다. 웨딩 시장이 겨냥하는 것은 '한번뿐인 결혼식을 최대한 만족스럽게' 올리고 싶은 예비부부들의 심리다. 결혼을 진행하는 모든 사람이 위와 같이 준비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결혼하기 위해 치르는 기본적인 항목부터 세부적인 요소까지 값이 매겨지는 것이 현 상황이다.
웨딩 시장 속 창조 경제
바뀌는 웨딩 문화에 따라 하위 시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부케 기프트 서비스가 그렇다. 결혼식 때 부케를 받은 사람이 부케를 잘 말려서 부부에게 돌려주면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의미를 담은 문화가 있는데, 꽃을 예쁘게 말리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 것이다. 그리고 스튜디오 촬영 시 드레스 변경이나 장소 교체에 따라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서 출장 미용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즉각적으로 올리기 위해 친구가 찍어준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이폰 스냅' 시장도 커지고 있어 사진 촬영 클래스를 수료하고 주말마다 부업으로 스냅 촬영을 하는 이들도 생겼다. 스튜디오 촬영장의 꽃을 생화로 꾸미는 플라워 디렉팅까지 다양한 항목에서 틈새시장이 형ㅅ어되고 있다.
결혼식 비용이 점점 치솟는 이유는 젊은 층의 보여주기식 문화와 경제적인 이유가 뒤섞인 것으로 추측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사이 혼인 건수가 40% 감소했다. 요즘엔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 추세라는 것은 모두 체감할 것이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며 결혼을 미루는 이들이 늘었고, 이에 폐업한 예식장들도 많아졌다.
예식장이 폐업하는 와중에 2023년부터는 코로나19 때 미뤘떤 결혼식이 늘어나게 되면서, 빠르게 줄어드는 공급이 이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초과수요 상태가 발생한 상황이다. 1년 전에 미리 알아봐도 원하는 날짜에 만족스러운 예식장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예식 일주일 전에 예식장이 폐업하는 사례도 있어 사람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 좋은 곳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소수의 예식장에 수요가 몰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겨우 찾은 예식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예산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날짜에 결혼을 맞추게 되는 상황이 덩구 만하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에서 결혼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서 업계관계자들은 인건비 상승, 식자재 부담 등으로 5년 이내에 서울 예식장의 50%가 폐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게 현실이 되면 웨딩 시장은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말했듯 초과수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살아남은 예식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핀다 오픈업에 따르면 2023년 전국의 예식장 1곳당 평균 매출이 약 5억 3000만 원으로 전년 4억 2800만 워보다 23.8% 늘었다고 한다.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도 늘었다는 것이며, 급등하는 축의금 역시 이에 연쇄적인 현상일 것이다.
또한 최고급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욕구가 더해져 프리미엄 수요가 상승하고 있다. 호텔 웨딩이 늘어나고 스몰 웨딩도 더 이상 가격이 스몰이 아니라는 상황에서 결혼식 양극화는 점점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결혼식 비용을 줄이고 싶은 커플을 위해 최대 120만 원을 내면 공공 기관을 통한 예식장을 대관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장소를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주며 결혼을 독려한다. 그러나 준비 비용이 아예 안 드는 것은 아니다. 장소만 대관하고 결혼식과 과련된 다른 항목은 준비되지 않아 비품 사용, 식대, 촬영 비용을 합치면 1000만 원 이상이 추가로 드는 경우도 있으며, 공공 예식장에서 치르는 비용이 일반 예식장보다 가격 차이가 킂비 않아 일반 예식장으로 수요가 몰리기도 한다.
유의미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결혼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식 상품의 가격을 기재하는 가격 포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고 시청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 공공 예식장을 더욱 확대하고 편의를 개선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웨딩 시장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예비부부, 즉 청년층의 소비 심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모든 결혼식 준비를 고급스럽게 치르고자 하는 프리미엄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가구면 가구, 집이면 집 등 결혼식보다는 자신이 중요시하는 실물 자산에 비용을 투자하고 그 외에는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비교 문화의 끝이라는 결혼식.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웨딩 시장에서 각각의 수요가 어느 곳으로 쏠리게 될지에 따라 돈이 몰리는 곳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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