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이슈와 주식시장의 움직임
2025년 이슈와 앞서 지난 2년간 우리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먼저 2023년, 코로나19 리오프닝으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전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에도 여전히 높은 금리가 괴롭히고 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뉴 노멀이라는 단어처럼 어느새 익숙해졌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열풍, 한국 주식시장을 강타한 K-뷰티와 K-푸드도 생각해보면 경제계에서 시작된 이슈는 아니었다. 이렇게 20204년엔 다양한 일들이 있었는데, 2025년에 닥칠 변화를 생각하면 2024년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평이했다고 느껴진다. 그럼 2025년에는 어떤 흐름에 주목해야 할까?
첫 번째, 금리 인하
2025년, 세계적으로 일어날 새바람은 금리 인하다. 몇 년 전까지 우리는 제로 금리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이너스 통장금리가 10%에 육박하는 이유는 각국의 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말 그대로 다른 경제 주체에게 기준이 되는 금리다. 또 정부가 은행 등에 돈을 빌려주는 이자율이기도 하다.
나라에서 금리를 높게 책정한 이유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이었던 2020년, 경제 마비될 것을 걱정한 각국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돈을 풀자 너도나도 집과 주식을 사고, 비트코인과 미술품에도 투자했다. 자산 가격만 올랐다면 다행일 텐데 물류가 마비되고 일터로 나가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장바구니 물가도 치솟았다.
높은 금리는 뜨거웠떤 경제 활동을 식힌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안전한 은행에 넣어 두어도 충분한 수익을 주니 굳이 위험 자산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이미 빚을 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니 먹고 즐기는 데 여유 있게 소비할 수 없다. 위험 자산의 매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감소하므로 기업도 신규 투자를 꺼린다. 큰돈을 투자해 공장을 짓거나 신제품을 출시해도 수요가 부족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 과정이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일어나는데,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사건 때문에 인플레이션도 금리 인상도 빠른 시간에 과격하게 발생했다.
이제는 금리가 내려갈 차례다. 정확한 시기나 인하되는 속도는 알수 없어도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금리가 내려가는 건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뜻이기 대문에 마냥 좋아할 것은 아니다. 다만 나라별로 금리가 인하되는 순서가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금리를 올리면 올린다고 악재고 내리면 내린다고 악재인가?)
중국은 20204년 2월, 유럽은 20204년 6월에 이미 첫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럼 경제가 먼저 살아나는 곳은 어디일까? 가장 먼저 안 좋아졌던 곳이다. 업종별로 보자면 높은 금리가 부담되어 나중으로 구매를 미룬 재화들, 즉 대부분 남의 돈을 빌려 구매하곤 하는 자동차나 주택 같은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다. 이들 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제조사나 유통사도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건설사도 더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뤄뒀던 사업들의 시행을 앞다길 수 있다.
금리를 한두 번 내리는 것으론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미래를 앞당겨 반영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단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 1~2년 후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는 것이 증권맨의 일 중 하나다. 조선이나 건설과 같은 수주 산업의 주가가 실적보다 선행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수주가 일어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공사가 완성될 때까지 받을 돈을 이미 받았다고 가정하고 기업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두 번째, 금융투자소득세
한국에서 현재 뜨거운 감자는 금융투자소득세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먼저, 해외 주식은 1년에 한 번 양도소득세를 직접 신고하고 납부한다. 그리고 기업이 원천징수라는 형태로 배당소득세를 뗀 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몰랐을 수도 있지만, 우량한 기업으 소유해서 받는 배당금에도 세금이 붙는다. 이는 국내 주식도 마찬가지다. 또 이자와 배당을 포함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이 넘으면 매년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만, 국내 주식에 한해 주가가 올라서 번 매매 차익은 면세다. 대주주가 아니라면 말이다. 여기서 대주주는 거래소마다 상이하지만 한 종목에 50억 원 이상 또는 1~4%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자를 뜻한다.
박스피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자조해도 한국 주식시장의 큰 매력은 매매 차익에 대한 면세에서 나왔다. 해외 주식의 양도소득세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라는 점을 감안하면 똑같이 1억 원을 투자해 두 배를 벌었어도 한국 주식은 고스란히 1억 원이 수익으로 남지만, 해외 주식은 7800만 원만 손에 쥐게 된다. 1억 원을 벌고 싶다면 국내 주식으로 100%의 수익을 기록할 때 해외 주식으로는 128%의 수익이 필요하다.(계산의 편의를 위해 기본 공제 금액 250만 원은 반영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이 매력은 곧 사라질지 모른다. 2025년 1월 1일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할 것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을 담은 펀들르 통해 연간 5000만 원이상의 매매 차익을 얻은 경우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세금 부과가 주식에서 어떤 의미일까? 통계에 따르면 1년에 5000만 원의 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0.9%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상위 1% 슈퍼 개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개미들도 만만히 볼 얘기만은 아니다. 혹시 찬바람 불기 전에 주식시장에서 떠나라는 속설을 들어본적 있는가? 늦가을부터 주식시장이 나빠진다는 얘기인데, 최근 몇 년간 이 속설이 사실과 맞아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 이유는 대주주 과세 때문이었다. 앞서 대주주가 아닌 한, 국내 주식은 매매 차익에 대해 비과세라는 이야기를 했다. 대주주는 뜻대로 풀이하면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지만 일반적으로는 회사의 경영을 좌우할 창업자나 최고 경영자 같은 최대 주주 또는 그의 특수관계인을 뜻한다. 여기서 특수관계인은 가족이거나 계약 등에 의해 경영권을 나눈 동업자 등을 말한다.
이전 정부에서는 대주주의 기준을 지분율이 아니라 금액으로 산정하고, 그 금액을 10억 원까지 내렸다. 그래서 회사 경영권과 무관한 슈퍼 개미 대다수는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이 괜히 슈퍼 개미라는 자리까지 올랐겠는가? 순순히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행정 편의상 대주주 여부를 결정하는 연말이 되기 전에 주식을 처분해 보유한 금액을 10억 원 아래로 떨어뜨리는 일을 했다. 그런데 이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니다 보니 12월 말에 닥쳐 한꺼번에 처분하려면 시급하기도 하고, 급하게 팔다 보면 주가도 떨어뜨려 제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기 때문에 몇 개월에 걸쳐 주식을 서서히 처분하게 된 것이다. 슈퍼 개미들이 저마다 많이 보유했던 주식을 파니 올랐던 주가는 다시 내려 제자리르 찾아가는 일이 빈번해졌고 이것이 늦가을이 되기 전 주식시장에서 떠나라는 속설을 사실로 만들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1년에 한 번 피하면 그만이지만, 금융투자소득세가 동비되면 어떨가? 돈을 벌면 꼼짝 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 내가 슈퍼 개미라면 가능한 국내 주식투자 자체를 피할 것 같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 큰 잠재 시장과 강력한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굳이 비슷한 세금을 내면서 국내 주식에 올인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나쁘게 생각하면 이들이 촉발한 주가 하락은 기관 투자자의 수익률에도 영향으 줄 테고 간접 투자에 대한 신뢰 또한 꺾이게 만들어 모두 앞다투어 펀드를 해약하는 펀드런까지 발생할 수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정의, 세금을 통해 더 좋은 나라를 만들면 국가 경쟁력이 더 좋아진다는 명분은 하루에도 같은 주식을 몇 번씩 사고파는 일이 벌어지는 주식시장에서는 먼 이야기인 것이다.
세 번째, 미국 대선 결과
2024년 11월 5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인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면 세계 경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미국은 대선 정국에 들어섰다. 조 바이든이 후보를 사퇴한 후 카멀라 해리스가 후보에 올랐고, 도널드 트럼프가 유세 중에 총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다. 트럼프 후보는 출마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는 범죄 의심 행위에 대해서 대선 전까지 면책 특권을 받아 백악관 재입성에 한 걸음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투자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후보는 경제와 안보 모두 자국 우선주의를 강력히 주장하고 이민자나 친환경 등의 측면에선 해리스 후보와 정책적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국 투자자로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이차전지 분야는 전기 자동차에 많이 쓰이는데 트럼프는 전기차를 부정하는 데다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특정 분야에서 잘되는 것을 보기 싫어하는 성향이 짙다. 그리고 자국의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농업이나 굴뚝 산업을 장려할 것이므로 여기에서 오는 변화도 있을 것이다. 첫 집권 당시 중국 시진핑 정부와 무역 전쟁을 벌여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한국이 큰 영향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한국 경제의 많은 부분이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고, 이를 중국 기업이 최종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숭비을 차단하거나 어렵게 만들면 한국도 동시에 힘들어진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피하려고 다른 동남아 국가로 거래를 옮기거나,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짓는 건 현실적으로 바로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큰일 난다는 것일까? 소견이지만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근거를 찾기 위해서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떠올려야 한다.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선이 치러지기 전부터 민주당 정책에 부합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세계의 증시가 요동쳤다. 앞서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처음보는 유형의 지도자가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었으니 주식 같은 위험자산은 많이 덜어야 했을 것이다. 그중 클린턴이 당선될 것으로 보고 미리 주가를 올렸던 민주당 정책 관련주는 한시라도 더 빨리 파는 것이 타당한 전개였다. 그러나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는가? 각종 규제를 풀고 친 기업 성향의 정책을 편 탓일까? 미국 주식시장은 대통령 당선자 발표 당일 월가의 호들갑이 무색하게 다시 질주했다.
우리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지 해리스가 당선될지 예측할 필요가 없다. 물론 투자하고 있거나 앞으로 투자할 생각이 있는 기업이 미국 대선 정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면 당연히 분석은 해두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것이 주가에 반영되어있는가?'다. 2024년 7월 기준, 판세는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가 첫 임기 때 어떻게 했는지 이미 알고 있다. 8년 전과는 판이하다. 대표적으로 친환경 관련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대중국 무역에 별다른 변화가 생긴 게 아닌데도 친환경 주식과 중국 관련 기업들이 벌써 힘을 못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래전부터 '알려진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고, 주식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고 했다. 민주당과 관련된 주식은 예상외로 민주당에서 재선한다면 상승할 것이다. 공화당 관련 주식은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들어가더라도 예상대로이기 때문에 주가가 생각보다 세게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른 대선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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