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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불러오는 TIP, 2025 첨단 산업의 판도 변화

앗아뵤 2024.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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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첨단 산업이라고 하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의약품 등을 꼽을 수 있다. 몇 가지 분야의 화두를 짚어보자면, 먼저 반도체는 산업의 사이클상 여전히 좋은 국면에 있다고 본다.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공급이 많이 줄어들어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다시 활황을 맞이할 날도 올 것이다. 주식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낸드 플래시 메모리 쪽에 더 주목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반도체는 주로 연산 장치와 기억 장치로 나뉘는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이 주로 생산하는 반도체는 기억 장치 쪽이다. 이게 메모리 반도체인데, 메모리 반도체는 처리 속도가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용량이 적고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모두 지워지는 디램과, 처리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용량이 크고 전원이 꺼진 이후에도 데이터를 계속 기억하는 낸드 플래시로 나뉜다. 예를 들어 연산 장치가 같다는 가정하에 스마트폰에서 여러 앱을  휙휙움 움직이게 하려면 성능 좋은 디램이 필요하고,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큰 용량의 낸드 플래시가 필요하다.

 

디램 분야도 아직 호황이라기엔 이르지만 인공지능 때문에 2024년 주식시장에서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았다. 챗GPT 등장과 엔비디아의 고공행진은 한국에서도 화제였고, '한국에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주식이 없을까?' 하다가 튀어나온 것이 디램이다. 만년 2인자였던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낸드 플래시 분야에는 별다른 호재가 나타나지 않아 같은 반도체 기업이라도 디램 쪽인지 낸드 쪽인지에 따라 명암이 갈렸다. 작년에 2024년에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좋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인공지능 테마나 HBM 기술을 미리 알았던 게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업황이 순환할 것이라는 명제에 따라 말한 것이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도 2025년에는 그러하길 바란다.

 

이차전지 산업은 현재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금리가 높아져 자동차 구매 수요가 줄어든 추세였고, 각국에서 전기차 관련 보조금이 축소되며 전체 자동차 시장 안에서 정기차의 점유율 상승세가 예전 같지 않다. 반면 이차전지가 새로운 산업의 쌀과 같다는 믿음 아래 많은 기업이 신규 진입자로 뛰어들고, 기존 플레이어들도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표 주자인 테슬라가 판매 가격을 낮추는가 하면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와 그 소재 가격도 급락하며 업체들의 수익성이 줄줄이 떨어졌다.

 

한국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이차전지 산업에 몰려 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은 어떤 면에서는 궤를 같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산업의 특징을 가진다. 전기차 판매 대수와 이차전지 기업의 매출액은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어느정도 대중화된 다음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었다는 것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원이 전기인지 화석 연료인지 최종 소비자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과 같다. 이때쯤 되면 전기차의 주행 거리나 충전 속도는 브랜드마다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어필 포인트가 되지 않는다. 자동차 마니아가 아닌 이상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고, 이차전지 기술이 표준화되어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면 아마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브랜드나 디자인, 가격 정도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니 최종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이차전지 기업들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수익성을 희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완성차 업체들이 쉬운 길을 간다는 것은 아니다.

 

이차전지 산업의 미래는 평판 디스플레이의 사례로 짐작해볼 수 있다. '브라운관' 이라고 불리던 옆모습이 튀어나온 TV를 아는가? 브라운관은 액정 디스플레이(LCD)를 이용한 평판 디스플레이가 나오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브라운관에 비해 훨씬 선명하고 반응 속도도 빠르며 두께도 얇은 TV가 출시됐으니 얼마나 혁신적이었겠는가? 전기차의 등장과도 같았을 것이다. 이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몸값은 하늘 모르고 치솟았다. LCD로 전 세계를 호령했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후 LCD 출하 면적은 계속해서 증가했으나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반대로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래 혁신 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초기에 반영되고, 이후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이 거울처럼 투영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LCD 시장은 중국 기업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상태다.

 

여기에 조선, 화장품, 모바일 게임 등 하나의 산업이 주식시자에서 크게 주목받은 이후 다시 주목을 받을 때까지 적어도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도 걸린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이차전지 주식들의 미래는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품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클 산업의 경우에는 장기하락 추세와 무관하게 1~2년 주기의 사이클을 관찰할 수 있다. 이차전지 기업들은 현재 첫 번째 호황 이후 첫 번째 불황을 맞고 있다. 적어도 한번은 다시 좋은 매도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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