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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피, 해소할 수 있는가

앗아뵤 2024. 10.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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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한 변화의 바람은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홀대받는다는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동력이 되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는 북한과의 갈등 때문에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산업에 치우쳐져 있는 경제 구조, 고속 경제 성장의 그림자로 남아있는 재벌 그룹과 대주주 횡포라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중의 한 가지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래 전망과 의지를 현재로 당겨오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아직 일회성에 불과할지 모르는 기업들의 움직임과, 나아가 전혀 변화가 없지만 저평가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밸류업 프로그램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치솟는 현상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이미 주주 환원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해 한 번 주가가 올랐다면 그 다음은 순이익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상적으로 볼 때 주주 환원 또한 순이익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기술적으론느 순이익 이상의 주주 환원도 가능하지만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니 지속 가능하지 않고 말이다.

 

순이익 증가는 경영진의 의지나 국가의 정책만으로 이룰 수 없다. 기본적으로 고객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순이익 증가가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에 비해 가장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가장 지속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필요 없는 돈을 회사 내에 쌓아두는 것, 그리고 투자할 곳이 있는데도 주식시장에서 단기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 또 장기적으로 순이익을 늘릴 새로운 투자처가 없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배당금을 받으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고, 수령한 배당금을 다시 다른 곳에 투자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며, 극단적으로는 배당금을 받았을때 다시 투자할 대안들의 기대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선 복리의 마법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다고 했다. 그에 따라 버크셔 해서웨이는 1967년을 제외하면 한 해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없고, 워런 버핏은 그때의 결정조차 끔찍한 실수라고 회고했다. 넷플릭스나 테슬라도 놀라운 주가 상승으로 주주들에게 기쁨을 줬지만 배당을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다.

 

한국 투자자들이 소액 주주 경시에 분노하고 주주 환원에 환호하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 만한 변화다. 앞으로 대주주의 잇속만 챙기는 기업은 자본 시장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이 오로지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일까? 혹시 기록적인 엔저 현상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에 따른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 고조 때문은 아닐까? 코스피 1000포인트와 2000포인트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박스피지만, 2000포인트와 3000포인트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박스피다. 한 번의 반짝 주가 상승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우상향하는 주가 차트를 위해서는 기업의 좋은 문화, 그 토대 위에 세계로 뻗어 나가는 매출액과 이익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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