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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 한국 증시의 해답인가

앗아뵤 2024. 10.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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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주 가치를 올리는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 상승은 둘 중 하나다. 주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오르거나 내가 지불한 값에 비해 후한 배당금을 받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기업의 본질 가치가 오르거나 기업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기대와 관심이 늘어나야 한다. 이 중 기업의 본질 가치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뜻한다. 순이익은 고객에게서 받는 돈, 즉 매출액에서 매출액을 발생시키기 위해 지출하는 원가와 비용들을 제하고 국가에 내는 세금까지 빼고 난 것을 말한다. 기업의 이윤과도 같은 말이며, 순이익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몫이다. 문제는 순이익을 늘리는 것이 경영진의 의지나 국가의 정책만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주주 가치를 올려 한국 금융 산업과 자본 시장의 발전을 꾀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배당금을 증액하거나 그에 준하는 자사주 매입, 소각이다. 한 해 장사를 마치고 남긴 이윤을 당기순이익(그 해에 순수하게 벌어들인 이익)이라고 하는데 당기순이익은 현금으로 예치해 둘 수도 있고, 주식이나 채권 같은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도 있으며, 연구개발비나 설비투자에 쓸 수도 있다. 한편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축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남는 이익잉여금에 대해서는 주주에게 현금이나 주식의 형태로 돌려줄 수 있는데 이것이 배당금이다. 배당금은 이익잉여금, 즉 남는 돈에서 지급하는 것이니 기업의 본질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순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그야말로 플러스 알파 개념이다.

 

배당금 지급 >>> 순이익 + 배당금 =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에 비해 주주가치가 높다.

 

기업이 배당 외에 남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자사 주식을 매입해 없애는 것이다. 이것을 자기주식 또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라고 한다.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주가가 오를 뿐만 아니라, 주식 수가 줄어들면 한 주당 가치가 영구적으로 개선된다. 상장 기업은 사장에 이를 때까지 보통 여러 차례의 유상증자(주주에게 자본금을 유치하는 대신 새로 주식을 발행해 나누어 주는 일)를 거쳐 수백만 주 이상의 발행 주식 총수를 가진다. 그리고 각 주주들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를 발행 주식 수로 나눈 지분율 만큼 경영과 이익 분배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이때 발행 주식 총수가 줄어들면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늘거나 주주가 주식을 더 사지 않더라도 지분율이 올라가므로 나의 몫이 커진다.

 

순이익 = 기업 가치
주당 순이익 = 1주당 가치 = 순이익 / 발행 주식 총수
자사주 매입 소각 >>> 순이익 / 발행 주식 수 하락 = 주당 순이익 상승
= 1주당 가치가 오른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국가가 나서서 기업들에게 위와 같은 주주 가치 제고를 독려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잘 이행하면 세제 지원, 우수 기업 표창, 국내외 IR 지원을 하기로 발표했다. IR은 기업 탐방이나 기업 설명회 등을 통해 투자와 소통하거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 전반을 뜻한다. 2023년 3월 31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자본 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을 도입한 이후 한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날인 2024년 1월 28일까지 주요 지수인 닛케이 225가 25% 상승하는 등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도 한국 주식 시장에 기대감을 높였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 업종은 금융, 자동차, 지주회사 순일 것이다. 그들이 가장 주주를 우대했기 때문일까? 그 반대다. 오래전부터 사업을 해온 터라 주된 사업의 성장성이 더딘 대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자산을 회사 내에 유보해왔기 때문에 본질 가치도 낮게 평가받고 배당금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눈길도 끌기 어려웠다. 역설적으로 장기간 저평가에 놓인 기업들이므로 주주 환원을 통해 제 가치만 찾아가더라도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일례로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였던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합병하고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소각에 쓴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전체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한국은 여러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모회사를 두 개의 상장사로 나누는 인적 분할 후 쪼개기 상장, 중복 상장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메리츠금융그룹 김용범 부회장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기업이나 오너 입장에서는 회사를 아예 매각할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많은 자산을 회사 내부에 쌓아 두는 것이 유리하다.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장악할 정도의 지분만 있다면 소액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산을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주주 운동을 하는 쪽에서는 쪼개기 상장이나 중복 상장이 주주의 의사를 반해서 행해질 경우 그들의 선택 권리를 침해한다고 본다. 장기적인 변화를 차치한다면 합산 시가총액은 커지더라도 주주의 수가 많아지므로 주당 가치가 작아진다는 논리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스스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주식을 사들이는 재무적 부담을 지면서도 총 주주의 수를 줄이는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주가가 급등해 대주주와 소액 주주 모두가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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