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교시. 기업의 가치는 움직이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정태적 가치 위에 동태적 가치를 더하라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 데 기본이 되는 자료는 재무제표입니다.
기업의 회계장부를 살펴보면서 이 회사가 영업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회계자료나 지표에만 치중한 나머지 숲을 보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참 많습니다.
기업이나 산업도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합니다.
이것이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기업의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기업이나 산업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갈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를 늘 상상합니다.
재무제표가 알려주는 '정태적 강치' 위에 성장성과 무형의 가치에 주목하는 '동태적 가치' 를 더해 생각하는 것이죠.
딱딱한 생각으로는 시장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재무제표가 알려주는 숫자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할 줄 알아야 현명한 투자자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멈춰 있는 가치를 움직이는 가치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치가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온전하게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해석하는 '정태적 분석'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식투자란 '계속 기업(Going concern)' 에 동업자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발전 가능성, 성장 가능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상식에 상상력을 더해 변화를 이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해석하는 '동태적 분석' 이 필요합니다.
미래의 기업 가치를 찾는 동태적 분석
처음에는 저도 재무제표에 나온 기업의 가치를 보고 수익의 기회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회계장부에 나타난 기업의 청산가치에 대해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기업 청산할 것을 기대하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주주로, 기업의 동업자로 사업에 참여하려는 것인데, 그러면 기업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성장할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하지 않을까? 미래 가치를 분석하는 객관적인 잣대가 없다고 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맞는 걸까?'
이렇게 기업의 미래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되니, 재무제표만으로는 기업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미래 환경에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에 주목합니다.
소비자의 기호, 새로운 기술, 제도 변화 등 변화하는 미래의 기업 환경을 이끌고, 여기에 적응하는 기업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동태적 분석을 통해 성공한 한국이동통신 사례
제가 1990년대 초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주식을 샀던 것도 동태적 분석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습니다.
당시 한국이동통신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니 매출액이 적은 데다 가입자는 몇 천 명에 불과했습니다.
사업 초기였으니 이익도 크지 않았죠.
재무제표만 봤을 때는 투자해서는 안 되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회사의 미래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분명 미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동전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회사의 수익도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때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이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까?' 저는 그렇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때는 카폰(Car phone)이라고 해서 이동전화를 차 안에서만 쓰는 정도였지만, 앞으로는 걸어 다니면서 통화를 하는 시대가 분명히 올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효용이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동전화 가격이 너무 비싸지는 않는가?' 라는 의문도 물론 있었습니다.
당시 카폰 한 대 가겨은 400만 원이 넘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아마 2000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을 것 같네요.
당장은 비싸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가격은 떨어질 것이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증가할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또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난다면 가격이 덜 떨어져도 상대적으로 구매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필자가 한가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은 휴대폰 가격이 떨어지면 휴대폰 제조업의 매출이 줄어들텐데 이것은 휴대폰 제조업에게 악재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지도 않은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애플의 경우 휴대폰을 과거보다는 저렴하게 팔아서 애플 생태계로 유도한 뒤 사용자들이 앱스토어를 이용하게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애플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사건을 바라볼때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할지 아직까지도 필자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가? 경쟁구도는 어떤가?' 이동통신 산업은 발전할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이동통신은 주파수를 독점으로 받았기 때문에 경쟁도 없었습니다.
수요가 늘어날 제품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니 안 살 이유가 없었죠.
정태적 분석으로 보면 부정적이지만 동태적 분석으로 보면 유망한 산업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저는 동료들에게도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사라고 권했는데, 다들 PER(주가수익비율)가 높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당시 한국이동통신의 PER는 80~90에 달했습니다).
모두가 인기 있는 트로이카(건설, 무역, 도소매 업종) 주식을 살 때, 저는 매일 주가가 떨어지는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홀로 샀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금세 역전됐습니다.
인기 있던 트로이카 주식은 계속 떨어지는데 한국이동통신의 주가만 계속 올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동전화의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당장은 가격이 비싸서 소수만 이용하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보급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확신해 투자했습니다.
투자의 나침반, PER에 대한 다른 해석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되면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PCR(주가현금흐름비율), PSR(주가매출비율) 등 주식의 가치를 측정하는 용어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헷갈리는 용어들이지만 간단하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치의 변수를 X라고 하고, P(x)R로 표시해봅시다.
'X' 라는 변수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X가 수익(Earning)이면 PER, 자산가치(Book value)이면 PBR, 현금흐름(Cash Flow)이면 PCR, 매출(Sales)이면 PSR인 것입니다.
저는 여러 도구 중에서 수익가치인 PER를 좋아합니다.
'계속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전제로 기업이 돈을 버는 능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도구가 좋다고 어떤 도구는 나쁘다고 단정해서 말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처한 상황과 산업적 환경에 따라 각자 생산하는 적합한 잣대를 적용해서 쓰면 됩니다.
다만, 저는 가장 합리적인 측정 도구가 PER라고 생각합니다.
PER의 특징을 한번 정리해봅시다.
기업의 저평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PER는 특정 기업의 주가를 EPS(주당순이익)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주식 1주당 얼마만큼의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즉 PER가 5배라면 현재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5배로 거래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높은 이익을 내는 기업인데 주가가 낮으면 PER가 낮습니다.
이런 경우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되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저평가인지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 나와 지인들의 지갑을 여는 곳은 어디인지, 내가 최근에 관심을 두게 된 기업은 무엇인지 떠올려보세요.
그런 기업들의 PER를 찾아서 최종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투자 원금의 회수 기간을 대략 판단 할 수 있다
또한 PER는 투자 원금을 얼마만에 거둬들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 주식에 1억 원을 투자해 1000만 원의 수익이 났다면 PER는 10이 됩니다.
매년 얻는 이익으로 10년 만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PER는 투자의 매력을 평가하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PER가 낮을수록 투자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PER가 낮을수록 가치에 비해 저평가 받고 있다고 판단해 투자 수익률이 높고, 원금 회수가 빠르다고 봅니다.
그러나 PER를 기준으로 한 판단은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먼저 PER의 수치는 현재 이익이 미래에도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합니다.
어떠한 악재에 의해 이익이 감소한다면 성립될 수 없는 판단입니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익의 질' 측면을 간과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같은 이익이라도 질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PER로는 그런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여기서 의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고,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PER를 살펴볼 때는 반드시 해당 기업이 속한 업종을 파악해야 합니다.
바이오 업종의 경우 PER가 보통 100이 넘지만, 금융 업종은 10 미만이 대부분입니다.
반드시 같은 업종 안에서 PER를 비교해야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기존의 PER로 판단했다면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저만의 해석으로 강방천식 PER, 이른바 'K-PER'라는 도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갖춰야 할 두가지, 현미경과 망원경의 시각
기업의 현재 이익을 따져보고 미래 이익을 추정할 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현미경적 시각과 망원경적 시각입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현미경 시각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볼 때는 현미경적 시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샅샅이 살펴보고 치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망원경적 시각으로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 미래의 수요와 경쟁 구도는 어떨지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재무제표를 볼 때는 주주의 관점에서 주주의 몫이 얼마나 될지를 세밀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주주가 원하는 궁극의 몫은 손에 들어오는 현금입니다.
하지만 재무제표의 당기순이익 숫자만으로는 실제 손에 쥐는 현금의 크기를 아는 데 충분치 않습니다.
당기순이익 중에서 일부를 매년 설비투자(CAPEX) 하는 데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당기순이익이 100억 원인데, 그중 60~70억을 투자해야 한다면 주주에게 귀속되는 돈은 결국 30~40억입니다.
그래서 저는 궁극적인 주주의 몫은 영업현금흐름(Operating cash flow)에서 설비투자를 차감한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업의 미래 수요, 경쟁을 통해 이익을 추정하는 망원경 시각
한편, 망원경으로 미래 수요와 경쟁 구도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원대한 시각에서 수요와 경쟁의 상호작용을 보면서 이익을 추정하라는 것입니다.
이익은 수요의 크기와 경쟁 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요가 늘고 경쟁이 유지되면 이익은 늘어납니다.
반면에 수요가 늘어도 경쟁이 치열하면 미래 이익은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요 못지않게 경쟁 구도도 이익을 판단하는 데 중요합니다.
움직이는 가치를 발견하려면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미경과 망원경을 단단히 쥐고,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보다 한발 앞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호황과 불황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어떤 산업이 성장하면 그 산업 내 기업들은 장사가 잘되어 매출과 이익이 늘어납니다.
그러다 그 산업이 호황국면으로 접어들면 기업들은 욕심을 냅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대로 팔려나가기 때문에 좀더 많이 만들면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에 기존의 기업들은 생산 설비에 투자해 생산량을 늘리고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생산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경쟁자들이 늘어나 전체 산업에서 각자 차지할 몫은 줄어드는데 너도나도 생산에 뛰어들게 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해 원가는 높아지고, 직원 고용이 늘면서 인건비도 늘어납니다.
여기에 공급 과잉으로 가격은 떨어져 결국 이익은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산업에 불황이 찾아오고 이것이 지속되면 이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기업들은 경쟁자가 줄어든 상황을 이용해 또 다른 호황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사업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호황과 불황을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생기게 되는데, 우리가 함께해야 할 좋은 기업은 끝까지 살아남아 더욱 강해지는 '일등 기업' 입니다.
호황과 불황에 관계없는 일등 기업을 찾아라
한 산업에 A, B, C라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불황이 찾아오자 경쟁력이 가장 낮은 C 기업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시장에는 다시 호황이 찾아오고, 산업의 이익은 A와 B 기업이 퇴출 당한 C 기업의 몫을 나눠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불황이 닥치자 B 기업마저 시장을 떠나 결국 살아남은 A 기업만이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들의 몫까지 차지해 전보다 더 큰 시장지배력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한 생존력으로 끝까지 살아남아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일등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불황이 계속되면 이등 기업은 불안하지만, 일등 기업의 주주라면 불황이 와도 앞으로 다가올 축제를 준비하며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일등 기업을 사도 불안한 경우가 있습니다.
산업 내 경쟁이 치열 할 때는 일등 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어서 주가가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는 장기 투자자라면 상관없겠지만, 단기 투자로 접근하면 일등 기업을 사도 타이밍을 잘못 잡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 기다릴 수 없으면 일등 기업을 사고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출이나 남의 자본이 아닌 내가 가진 자본으로만 일등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경쟁 구도가 오래가면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인내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일등 기업이 항상 영원한 일등은 아니라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응하지 못하면 일등 기업의 지위가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첫째,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가 출현 할 때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도 하지만 기존의 사업을 사장시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필름과 카메라는 디지털 저장 방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에서 점차 사라졌습니다.
둘째, 소비자의 태도나 기호가 변화 할 때
한때 은행에 돈을 맡기면 10% 내외의 높은 이자를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은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셋째, 인구의 변화가 생길 때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해줄 사람이 없다면 곤란합니다.
따라서 새로 등장하는 소비자층이 있는지, 감소하는 소비자층은 무엇인지 꾸준히 살펴야 합니다.
넷째, M&A가 있을 때
기업합병을 통해 산업의 선두 기업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때 신일본제철과 포스코가 철강 산업의 선두 기업일 때 인도의 미탈스틸이 M&A를 통해 일등에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일등 기업을 샀다고 그대로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나 사건이 없는지 주변 환경을 살펴봐야 합니다.
당신이 투자의 신이 아니라면 분산 투자하라
주식투자를 아무리 영특하게 해도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는 언제나 있습니다.
또 가치 있는 주식을 사더라도 그 주식이 언제부터 상승할지는 모르는 일이죠.
신이 아닌 이상 가치 추정과 매매 타이밍의 위험은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분산 투자는 이러한 위험을 감소시킵니다.
그러니 한두 종목에 이른바 '몰빵'을 하기보다 여러 종목에 분산해 장기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여러 종목에 골고루 투자하면 한두 개 종목에서 가치 추정의 오류를 범했더라도 함께 보유한 다른 좋은 주식들이 그 손실폭을 줄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주가에 가치가 반영될 때까지 다른 주식들과 함께 기다릴 수 있습니다.
한두 종목의 주가가 내려간다 해도 다른 종목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몰빵' 을 하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그 종목을 사랑하게 됩니다.
한 가지 주식만 사놓으니 자나 깨나 그 주식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주식은 사랑할 대상이 아니라 냉철하게 대해야 할 대상입니다.
한 가지 주식만 사 놓으면 이 주식의 적정 주가가 얼마인지, 다른 주식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주식투자는 무엇보다 균형 감각이 중요한데,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입니다.
주식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주식에만 투자하면 잘못된 답을 진짜라고 믿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펀드의 경우 하나의 펀드에 다양한 종목이 구성되어 있어 투자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가 처음이라면 너무 많은 종목보다는 2~3개 종목만 사고 전체 투자금에서 10%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후 투자금이 늘면 그에 맞춰 종목을 늘려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산업의 크기와 경쟁의 구도를 봐라
주식을 선택할 때는 시장의 크기와 경쟁의 함수 관계를 따져봐야 합니다.
1999년과 2000년에 인터넷 서비스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수많은 업체들이 이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시장의 크기가 커지면서 동시에 기업의 수도 늘어난 것입니다.
인터넷 서비스업이 각광 받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서비스 관련주를 매수했던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투자자들은 크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투자한 사람,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회사에 투자한 사람, 인터넷 1위 업체에 투자한 사람, 진입의 장벽이 낮아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과열될 거란 생각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졌습니다.
저는 이중 네 번째, 투자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관련주를 고객 자산에 편입하지 않았죠.
주변에서는 왜 황금 시장에 뛰어들지 않느냐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당시 인터넷 서비스 관련 회사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올랐고, 스톡옵션을 받은 말단 직원들까지 하루아침에 몇 억 원씩 갖게 되었다는 애기도 심심찮게 있었죠.
당시 제가 인터넷 서비스 관련 주식을 매입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그것이 버블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시 인터넷 서비스 회사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없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와 동업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죠.
"주식을 샀다가 추후 매매차익을 남기고 곧 팔면 그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무모한 생각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어지럽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기술이 미래 가치가 있다고 해도 그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은 다릅니다.
치열한 경쟁에 잠식되어 지금도 미래에도 수익을 내지 못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늘 신중해야 합니다.
(이 현상이 최근에는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기술의 예시를 위해 만든 코인시장이 비슷해 보인다.)
둘째, 낮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업은 분명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지만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맹정이었습니다.
IT업계가 커지는 속도보다 기업의 수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습니다.
산업의 성장성보다 기업 수가 더 많아지면 당연히 기업은 힘들어집니다.
경쟁만 치열할 뿐 남는 것이 없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시장의 크기는 커지되 기업의 수가 쉽게 늘어나지 않는 업종을 택할 것입니다.
어떤 업종일까요?
1990년대 중후반 휴대폰 제조사가 아닌 통신망을 제공했던 당시 한국이동통신의 경우, 시장의 크기는 커지되 기업의 수는 늘어나지 않기에 투자할 수 있는 최적의 주식이었죠.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진입장벽이 낮다면 투자에 신중해야 합니다.
이동통신 기기가 많이 팔리면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은 당연히 커집니다.
단말기가 많이 팔릴 것을 예측했다면 단말기에 필요한 부품은 무엇인지, 그걸 만드는 회사가 어디인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접근법입니다.
당시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MLB(다층인쇄회로기판) 생산 업체는 대덕전자, 삼성전기, LG전자, 코리아 서키트 같은 회사들이었는데 여기까지 알아냈다면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 시각이 얼추 쌓였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경쟁을 즐기는 기업도 있다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경쟁으로 유리해지거나 경쟁을 즐기는 기업도 있습니다.
첫째, 소비의 최상단에 있는 기업들
샤넬,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벤츠 등 이른바 최고의 브랜드파워를 가진 명풍 기업들이 여기 속합니다.
렉서스가 한창 잘 팔릴 때 벤츠 매장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렉서스가 잘 팔려서 벤츠 매출은 떨어졌냐"고 판매원에게 물었더니 "오히려 긍정적이다. 렉서스 타다가 결국 벤츠를 살 테니까" 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소비의 최상단에 있는 회사들은 자신의 브랜드가 아니어도 해당업종에 소비자가 유입되는 것 자체를 좋아합니다.
결국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을 했을 때 찾게 되는 것은 해당업종의 일등 제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둘째, 경쟁에서 수혜를 보는 기업들
택배 이용이 늘면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새벽배송, 총알배송 등 치열한 경쟁이 뛰어들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좋아지는 회사들은 어디일까요?
바로 전자상거래 회사들의 공급망 전후방에 연결된 택배회사, 골판지 상자 만드는 회사, 그 골판지 원자재를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셋째,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들
애플에 따르면 전 세계 175개국에서 매주 5억여 명이 앱스토어에 방문하고, 다운로드 건수도 수억 건이라고 합니다.
이런 앱스토어의 생태계는 앞으로 덩구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어디까지 확장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죠.
금융,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여행, 헬스케어 등 온갖 종류의 앱이 애플이 만들어놓은 앱스토어의 생태계 안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치열한 경쟁의 수혜자는 당연히 애플이겠죠.
애플의 앱스토어에 등록된 어플은 2020년 3분기 말 기준 약 196만 개에 달합니다.
애플은 2021년 2분기 실적으로 매출 896억 달러, 영업이익 275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중 앱스토어가 포함되어 있는 서비스 부문 매출도 169억 달러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후에도 앱스토어 시장은 꾸준히 상승하여 애플의 성장을 견인할 전망입니다.
넷째, 기술을 독점해서 전방 산업의 경쟁을 즐기는 기업들
네덜란드의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 분야 일등 기업입니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점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죠.
반도체 회사의 생사를 가르는 것이 바로 초미세 공정 기술이고, 얼마나 이 격차를 벌리고 따라잡느냐가 관건입니다.
삼성전자와 TSMC 사이의 치열한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에서 즐거운 건 ASML입니다.
두 회사 다 ASML 장비를 공급받기 위해 줄을 선 상황이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어떤 현상이 있을 때 그 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는 경쟁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새로운 측정 도구가 필요하다
저는 스티브 잡스를 저의 투자 스승으로 꼽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새로운 세상이 저의 투자 지평선을 넓혀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즈음, 우리 회사의 임원이 아이폰을 샀다고 저에게 보여줬는데, 기기 작동이나 화면 움직임이 이전 휴대전화와 전혀 달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아이폰을 그저 잘 만든 신기한 기기 정도로만 생각했죠.
스티브 잡스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MP3플레이어, PDA, 핸드폰을 따로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며 이를 합치기로 마음 먹었고 이것이 아이폰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2008년 늦가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다음 날 각종 언론에서는 오바마의 당선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무니란 분석기사가 떳습니다.
그즈음 런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무명 가수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며 스타가 됐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얼마 후에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 전 세게적인 인기를 얻는 현상을 낳았죠.
유튜브에 노래가 올라간지 불과 52일 만에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한 것입니다.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이후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서 저는 줄곧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멧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그 연결된 구성원들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으로, 구성원들이 많을수록 적은 노력으로도 커다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이후, 연결의 속도와 힘은 더욱 커졌습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연결에 연결이 더해졌고, 놀라운 가치들이 만들어졌고, 스마트폰은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스마트폰이 기초값이 되어 MDN(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이 펼쳐진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판단할 수 있는 제4의 생산요소, MDN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알게 되고 나니 그동안 의문을 가졌던 것들이 쉽게 풀렸습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아마존,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100년 가까이 미국과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월마트나 힐튼을 위협하고 능가하는 혁신 기업들의 시장가치는 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가치투자로 단련된 저조차도 이를 설명할 길이 없었죠.
'도대체 이들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지?' 라는 의문을 계속 갖고 있었는데, 그 해답을 'MDN(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 이라는 새로운 생산 요소를 통해 찾게 되었습니다.
저는 MDN을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제3의 생산 요소에 이은 제4의 생산요소로 명명했습니다.
이를테면 MDN은 기존의 땅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땅인 것입니다.
과거의 투자 세계는 토지(렌트비), 노동(인건비), 자본(이자), 이 세 가지 생산 요소를 근간으로 했지만, 이제는 MDN이라는 새로운 땅을 활용하는 질서가 나타난 것입니다.
MDN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생산의 네 번째 요소로 설정해야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혁신 기업들의 비싼 주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MDN은 기존의 생산 요소와 무엇이 다를까요?
전통적 생산 요소는 반드시 소유해야 하고, 한 곳에 고정되어 있으며, 폐쇄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활용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본투자를 해야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업을 확장할수록 생산 요소 비용이 커지는 것이죠.
그러나 MDN을 활용하는 기업은 이동성과 개방성, 소유가 아닌 활용의 방식을 통해 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래서 경쟁으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한계생산성 체감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고객이 늘수록 기업의 가치가 커져 고객 집중화가 가능한 것이죠.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생산요소 없이도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기존의 지표만으로 이러한 기업을 판단할 수 없으니 투자자 스스로의 능동적인 해석이 필요합니다.
MDN의 질서를 알고 나니 이들 기업을 해석하는 저의 눈이 밝아졌습니다.
저는 앞서 얘기했듯이, 오래전부터 PER 부여 기준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일률적으로 PER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능동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조업인지 서비스업인지, 플랫폼 기업인지 비플랫폼 기업인지, 온라인 기업인지 오프라인 기업인지 등에 따라 투자자는 각각 다른 PER 배수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MDN 기업드은 당연히 제조업, 비플랫폼 기업, 오프라인 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PER 배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MDN 기업들이 갖고 있는 '확장성'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MDN을 어떻게 활용하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투자의 미래가 달라질 것입니다.
특히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전망입니다.
아마존이나 알파벳, 테슬라 그리고 카카오 같은 MDN 기업들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나갈지 함께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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