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의 경험은 결국 자산시장이 강세로 가면, 그것이 자기 예언적 과정으로 가면서 다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그렇게 자산가격 강세로 인해 주택 시장도 강세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2021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서울 자산시장은 2022년 6월이 되어서야 실거래가 마이너스로 전환했는데, 이 때는 자산가격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일제히 하락을 시작한 시기였다. 즉, 서울의 주택가격 랠리를 막은 것은 공급 정책이 아니고 금융시장 여건과 자산시장 환경의 변화였고, 자산가격의 변화 그 자체가 시장 가격을 안정화시키는데 기여한 셈이다.
2024년 8월에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2024년 7월을 기점으로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 한국 부동산 가격이 단기 고점을 형성하고 이후 조정세가 나오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중 초고가 시장 역시 잠시 소강상태에 진입했다. 그야말로 모든 자산시장끼리 동조화되는 경향이 극에 달했고, 특히 고가 자산일수록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다.
9억 미만 일반 아파트는 부동산 대책을 통해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수준이지만,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는 다르다. 글로벌 자산시장이 강력하게 동조화 흐름을 탄다면, 정부에서 대책을 낸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먹힐 만한 것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2020~2021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제로금리로 인해 자산가격이 초강세를 보였던 건 2022년에 고금리로 잡혔지, 주택 공급으로 잡힌게 아니었다. 이는 2024년에 이뤄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 강세도 결국 앞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이뤄지는 조정으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지속해서 반복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느새 서울 아파트의 경우, 모든 구매력 중에서 처분 소득이 가장 큰 구매력의 원천으로 전환해버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장의 이런 흐름은 겅강하지 못한 주택 수요를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의 주택 구입은 무주택에서 1주택으로 전환하는 신규수요와, 1주택인데 다른 주택으로 갈아타는 수요 등이 혼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중 측면에서 신규 수요가 감소하고 1주택인데 갈아타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만성적인 거래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에 제약이 생긴다면 이런 요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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