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3가지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2025년에도 안고 가는 경제의 문제가 몇 가지 있다. 이를 약한 고리라고 표현하는데 그중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째, 부동산 PF의 부실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는 부동산을 개발해 미래에 발생할 현금 흐름을 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앞서 긴축의 시대라고 표현했던 2022년부터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를 도입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금리가 높아지니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이 줄어들었따. 그래서 미분양 상가,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졌고 건설사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었지만 분양이 되지 않아 갚을 여력이 없어졌다. 이렇게 되면 이후 은행은 건설사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주지 않게 될 것이고, 건설사는 추가로 건설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결국 도산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위기와 도산을 겪는 건설사가 늘어나면 시간이 지나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건설업은 2022년 기준 전체 GDP에서 15%가량 차지한다. 꽤 비중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과 토목에 신규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실물경제의 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설업 빚더미 등 부동산 문제를 2025년에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부동산 PF 부실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부동산 시장만' 놓고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PF 부실로 인해 발생하는 주택 공급 부족은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수요의 입장에선 부동산 PF 부실의 문제가 아니었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금리를 더욱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 문제 때문에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둘째, 가계부채의 증가
한국의 전체 취업자 수는 한 2700만 명 정도이며 이 중 자영업자는 대략 650만 명이다. 물가가 높아진 시기에 임금근로자의 명목임금(통장에 찍히는 소득 자체)은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실질임금(늘어난 소득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개수)을 헤아려 보면 오히려 줄어들었을 것이다. 실질임금이 줄어들면 소비 여력이 위축된다. 그럼 사람들이 가장 먼저 아끼는 영역은 무엇일까? 외식비 지출이나 오락, 스포츠에 사용하는 ㅇ녀가 활동비일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굉장히 안타까운 현상인데 현재 자영업자는 구조조정이 되고 있다. 폐업이 많다는 의미다. 폐업이 많은데도 자영업자의 수가 650만 명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창업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창업하고 폐업하고 다시 창업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부채가 누적되고 있따는 것이 문제다.
자영업자(비임금근로자)는 세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한 명 이상의 직원과 같이 일을 하는 고용주, 혼자서 일을 하는 자영자, 가족의 가게에서 가끔 도와주는 무급가족종사자다. 이 중에서 고용주가 줄고 자영자가 늘고 있다. 이것은 자영업자의 영세화로 이어지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흐름에서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자영업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았고 이어서 2022년에 고물가의 직격탄을 또 받았다. 예를 들어 단무지 가격이 오르고, 햄 가격도 오르고,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이 오른다고 하여 김밥 가게에서 김밥의 가격을 그에 비례하게 올릴 수 있을까? 가격을 올리면 가격 경쟁에서 떠밀릴 것 같고, 장사가 안 되는데 단골손님마저 떨어질 것 같은 걱정에 가격은 그만큼 올리지 못할 것이다. 혹여 올리더라도 탄력적으로 올리지 못하게 된다. 가게 유지 비용은 탄력적으로 올라가지만 상품 가격이 비탄력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니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또한 고물가에 대응하려고 도입한 고금리의 압력을 자영업자들도 받고 있기 때문에 1인당 가계부채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소규모 자영업자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부채가 있기 때문에 임금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의 가계부채가 당연히 크다.
취약차주의 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5~6% 정도 되는데, 취약자주의 상당 비중이 자영업자다. 자영압자가 아닌 임금근로자도 물론 대출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성격이 강하고 1금융권에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다. 반면 자영업자는 주택담보대출에 사업장 자금 마련을 위한 신용대출에도 의존한다. 현 상황에서는 경기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동력이 별로 없어 보통의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일이 없다. 자연스럽게 가계 빚에 허덕이는 상태가 되었고, 점점 영세화되고 누적된 가계부채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셋째, 세수 결손의 문제
인류는 예측하지 못하는 재앙 앞에서 겸손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외재적 충격이 또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세수 결손과 적자 재정이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정부가 하는 일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세금을 걷고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세입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경기가 안 좋아지니 기업에선 신규 투자를 줄여 법인세가 줄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니 부가가치세가 줄었다. 부동산 시장이 나빠져 주택거래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아 당연히 거래세도 줄었다. 세수가 충분하지 않지만 외재적 문제에 대응하느라 정부는 재정을 많이 썻고 재정적자 상황이 오랫동안 유지됐는데 2024년도 그 세수 결손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상속세, 증권거래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실현하고자 해서 만성 재정적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나라가 보유한 재정은 어려움에서 제자리로 돌아올 동력이다. 이후 통제할 수 없는 외재적 변수가 등장하면 경기를 단기간 안에 회복시킬 만한 동력이 부족하다. 중국이 러시아 등 주요국과 동맹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대외적인 변수가 있을 때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위기 국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적자재정이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지출을 늘려서 기업의 투자활동을 촉진시키고 그 영향으로 고용 창출이 일어나고 세금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된다면 문제가 없다. 긴급 재정을 투입해서 경제 주체가 활력을 얻는다면 긍정적인 경제의 선순환이 이어진다. 금세 적자 재정에서 흑자 재정으로 전환할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이 선순환이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의 적자재정은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라고 정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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