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의 고리에 묶이다.
2024년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상흔점' 이라고 할 수 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흔적은 남는다는 뜻이다.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맞이했고,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으며 이러한 정세의 영향으로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시작되었다. 2024년 들어서 물가상승률은 점차 둔화되었고 금리인하를 앞두고 있거나 영국, 유로존,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 등과 같이 이미 금리 인하를 시작한 나라가 등장하며 경제의 상처가 치유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지나간 자리에 흔적이 남았는데, 그 상처가 바로 '저성장' 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주체가 고성장일 때는 어떻게 해야 잘 살까에 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저성장일 때야말로 경제를 공부해야 한다. 유망산업은 무엇인지, 어떤 나라가 성장하는지 고민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그 나라를 구성하는 수천만 가지 산업의 평균 성장률을 뜻한다. 2024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2.5%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 경제가 2.5% 성장했지만 ICT 산업은 10.5%정도 성장했다. 이는 반대로 ICT 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이 평균 2.5%에 훨씬 못 미친다는 뜻이다.
또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물가대로 높은데 성장은 둔화된 것이다. 이런 상태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코로나19와 전쟁,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있지만 저성장이라는 결과로 우리 경제에 숙제로 남았다. 경제 위기일 때 나타나는 자산시장의 특징들과 경기가 둔화될 때 나타나는 자산시장의 특징은 완전히 달라 아무 때나 경제 위기라고 가정해 버리면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할 수가 없다.명확히 그 시대를 인지할 수 있어야 그에 걸맞은 선택을 할 수 있다.
2025년 경제 전망
2025년 경제는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이면서도 저성장의 고리에 갇힌 모습일 것이다. 이번 IMF의 경제 전망 보고서를 보니 부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국면이긴 하지만 이전만큼 성장하기 어려운 구간에 놓여있다는 뜻으로 '이너 스티키 스팟In a sticky spot'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마치 자동차가 넓은 5차선 도로를 살리다 갑자기 1차로로 좁아져 차가 도로를 꽉 막은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지난 10년 동안의 경제 성장률을 보면 평년 성장률이 약 3.7% 정도다. 평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이 전년에 GDP보다 올해의 GDP가 3.7%씩 계속 증가해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코로나19와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경제는 2022년부터 저성장 체제로 들어가서 3.3%, 3.2%, 3.3%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었다. 이렇게 저성장의 고리에 갇혔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경제를 봤을 때 크게 뚜렷한 성장세는 보이지 않고 비슷하게 둔화된 흐름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두고 '경제 위기'표현하기엔 과한 측면이 있다. 경제 용어상 정확하게 불황은 아니지만 '가벼운 불황'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많은 이들이 위기라고 이야기하지만, 경제 전망을 할 때 최근 1~2년을 위기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게 경제 언어를 구분하기 위해서다. 여태껏 세계 경제에는 중요한 변수들이 있었고 이 변수로 시대를 구분하곤 한다. 우리가 익히아는 경제 위기는 1970~80년대 오일 쇼크,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다.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도 세계 경제가 큰 폭으로 흔들렸을 때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경제 위기다. 이런 중요한 변수들이 나타났을 때를 '위기'라고 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있긴 하지만,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기를 경제위기라고 하기보다는 경기 침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부터 2021년은 완화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찾아와 경기가 무너졌고 경제 성장률은 -2.7%로 역성장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부양책으로 택하는 것이 금리 인하인데, 금리를 떨어뜨리면 돈이 은행에서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한다. 그럼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차를 사기도 하고 좋은 집을 매입한다. 금리를 낮춰 경기부양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하는 시기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내일 시험을 위해 밤새워 공부한다. 밤을 새우면 그다음 날 피곤하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피곤보다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처럼 경기부양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완화의 시대를 보내고 나니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자본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산 규모를 쉽게 늘리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더욱 어려워지는 양극화가 심해졌다. 또 세계적으로 낮은 금리를 도입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대규모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되었는데 이는 자산 가치 상승을 자극하거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했다.
2022년부터 2024년은 긴축의 시대, 금리 인상의 시대로 이어졌다.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게 되었고 이는 공급망 대란으로 이어졌다. 천연가스, 석유, 석탄, 알루미늄, 밀 등의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에서 조달받지 못하게 되자 수요가 늘어난 상태에서 공급이 줄어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이제 높은 물가를 잡아야 하는 숙제가 던져졌다. 물가가 치솟으니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는 통화정책 관점에 따라 금리를 인상했다. 쉽게 말해 이런 것이다. 다음 주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감기 기운이 있는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다. 그러면 시험을 위해서 오늘 밤새 공부를 하는 게 맞을까? 대부분 공부보다는 컨디션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변수나 상황이 바뀌면 선택이 달라지는 것처럼 전 세계 경제의 숙제가 고물가 잡기로 바뀌었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시대에서 대대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시대로 완전히 바뀌었다. 금리가 대대적으로 인상되니, 반대로 돈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은행으로 이동했다. 은행에 저축만 하면 안정적으로 5%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어 굳이 시장에 돈을 둘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경기가 안 좋은데 은행은 최대 이자 수익을 얻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은행이 돈을 번 게 아니라 사람들의 돈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에서는 돈이 빠져 나가 주가가 내려가고 집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고금리의 역습을 받아 자산시장뿐만 아니라 경기가 안 좋아지는 상황에 다다랐따.
2025년은 어떤 양상이 펼쳐질까
급격한 금리 인하와 급격한 금리 인상을 겪고 난 2025년은 피벗의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지만, 경기가 좋아진 것을 사람들이 체감할 정도로 나아질 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명절에 꽉 막힌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긴 하지만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에 가깝게 떨어져서 금리를 정상화하는 흐름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피벗이라고 정의한 이유도 그렇다. 피벗은 방향을 바꾼다는 뜻으로 농구 경기에서 많이 쓰인다. 농구는 공을 들고 발을 두 번 떼면 안 된다는 룰이 있다. 그래서 한 발은 땅에 고정한 채로 공을 든 방향만 바꾸는 기술을 피벗이라고 한다.
경제에 대입하면 높은 금리를 유지하다가 중립적인 금리를 향해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피벗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2024년 하반기에 접어들며 미국에서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안정화되고 가혹했던 고금리도 안정화될 것이다. 다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 경제가 예상할 수 없는 변수를 만나 흔들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일을 주저할지도 모른다.
2025년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교역이 단절되고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향하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또한 그간 경제 부양을 위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취약해진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많이 투입한 결과 적자재정을 낳았고, 누적 국가부채가 GDP 대비 50%를 넘어섰다. 이제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지출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따. 그렇기 때문에 2025년은 세계 경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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