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주식시장이 크게 빠졌다고 겁먹을 필요가 없는 이유 - 개정판 I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2021)

앗아뵤 2022. 12. 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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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예술, 과학 그리고 탐방 종목 찾기

종목 선정은 예술인 동시에 과학이다.

하지만 예술과 과학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위험해진다.

머리를 대차대조표 더미 속에 처박고 계산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주식 투자로 성공하지 못한다.

대차대조표에서 기업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수학자들과 회계사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종목분석을 무시하고 주식시장에서 일종의 놀이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많은 손실을 가져오며, 이는 결국 그들이 요령 없었음을 증명할 뿐이다.

 

내가 종목을 고르는 방법은 20년간 변함없이 예술과 과학, 그리고 기업 탐방 요소를 모두 결합시킨 것이다.

 

전문 투자가들은 핵심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브리지, 샤크, 블룸버그, 퍼스트콜, 마켓워치, 로이터 등에서 제공하는 금융정보 서비스를 이것저것 이용하며, 쇼핑몰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주로 사는지 살펴봐야 할 때 다른 전문 투자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기업의 현황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면 이러한 각종 금융정보 서비스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내 말을 믿으라. 워런 버핏은 이런 서비스들을 이용하지 않는다.

 

고평가된 시장

1992년 1월에 라운드테이블이 열렸을 때 다우존스지수는 급등세를 이어가며 1991년 말 장중 고점인 3200을 넘어섰고 주식시장에는 낙관론이 퍼졌다.

다우존스지수가 3주간 300포인트 급등하며 축제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나는 신중했다.

 

경기 침체는 조만간 끝나게 마련이고 침체로 인해 급락한 주식시장에는 여기저기 저가 매수의 기회가 널려 있다.

그러나 고평가된 시장에서는 살 만한 주식을 찾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노력하는 투자자들은 시장이 300포인트 오를 때보다는 300포인트 떨어질 때 더 행복한 법이다.

 

관심을 쏟는 기업의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한정시키고 이 범위 안에서만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나쁜 전략이 아니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면 당신은 아마도 그 기업이 속한 산업에 대해, 그리고 그 산업 내에서 그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경기 침체 때 그 기업의 상황, 그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 등 그 기업과 관련된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비관적인 전망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때 당신이 기존에 좋아했던 주식 역시 하락해 다시 한번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므로 이때 그 주식을 더 사들일 수 있다.

 

주가가 이전보다 싸졌다는 것은 그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주가가 이전보다 비싸졌다고 해서 그 주식을 팔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제 8장 즐거운 주식 쇼핑, 유통업

아마추어 투자자든 전문 투자가든 일주일 중 어느 날 방문해도 뜨는 기업, 가라앉는 기업, 쇠락하는 기업, 부진에서 벗어나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는 기업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벌링턴 쇼핑몰이다.

투자전략상 증권중개인의 조언을 믿고 따르거나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경제신문을 꼼꼼히 읽는 것보다는 쇼핑몰을 둘러보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비슷한 예시로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대표님이 마트의 쓰레기통을 뒤져보면서 어느 상품이 잘 팔리는지 알아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대표님

벌링턴 쇼핑몰에 증권사 지점이 없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

벌링턴 쇼핑몰에 증권사 지점이 있다면 온종일 각 상점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방문하는지 관찰한 뒤 가장 붐비는 기업의 주식을 곧바로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말을 듣고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업의 매장을 좋아하게 되면 그 주식을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음식과 패션에 대해 서로 비슷비슷한 취향을 갖게 되면 문화 자체는 지루해지겠지만 유통업체와 레스토랑 체인점을 소유한 사람들은 큰 부자가 된다.

한 지역에서 잘 팔리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잘 팔릴 것이란 사실을 보증한다.

이는 도넛이나 청량음료, 햄버거, 비디오, 요양원 운영정책, 양말, 반바지, 여성의류, 정원 관리용 기구, 요구르트, 장례식 대행업 등에 모두 통용되는 원칙이다.

애틀랜타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매장을 늘려나간 홈데포,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영역을 넓힌 타코벨, 위스콘신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확대해 나간 랜즈 엔드, 아칸소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진출해나간 월마트, 미드웨스트에서 시작해 해안쪽으로 매장을 확대해나간 갭이나 리미티드 등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쇼핑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다.

 

우리 친적 중에는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

만약 있었더라면 나는 그들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 저녁식사에 초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 중에는 쇼핑족이 있다.

이는 유통업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차선책이다.

아내 캐롤린은 예전 만큼 쇼핑을 많이 하진 않는다.

하지만 나의 세 딸은 쇼핑에 있어서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이다.

내가 딸들의 뛰어난 기업분석력을 따라잡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정도이다.

 

(에셋플러스의 강방천 회장님도 투자할 기업을 찾기위해 그 기업의 제품을 직접 소비를 해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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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가족이 식탁에 앉아 있을 때였다.

애니가 "클리얼리 캐내디언(Clearly Canadian)은 상장회사인가요?" 라고 물었다.

우리 가족은 이런 종류의 질문을 하도록 서로 격려해왔다.

나는 우리 가족이 이 새로운 탄산음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미 우리 집 냉장고에는 클리얼리 캐내디언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한 나는 클리얼리 캐내디언을 분석하는 대신 S&P 상장기업 목록을 찾아 그 기업이 상장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선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클리얼리 캐내디언은 캐나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어 S&P 상장기업 목록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클리얼리 캐내디언을 좀 더 조사하지 않고 무시해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클리얼리 캐내디언은 1991년ㅇ네 상장된 이후 주가가 15달러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전까지 3달러에서 26.75달러로 급등했다.

이는 1년 만에 거의 9배가 치솟아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수익률은 설사 10년 만에 얻는다 하더라도 기뻐할 만한 것이며, 내가 1991년 <배런스>에 추천했던 어떤 종목보다도 수익률이 높은 것이다.

 

나는 칠리스 레스토랑에 대한 긍정적인 실적 신호 역시 무시했다.

나의 세 딸은 칠리스의 초록색 스웨터를 입고 자주 잠자리에 들었다.

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세 딸의 투자조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내 자신이 정말 어리석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쇼핑몰에서 갭 매장으로 곧바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투자정보를 파악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대신 그들은 이웃의 잘못된 투자정보에 귀가 솔깃해 금광 개발 회사나 상업용 부동산에 공동 투자 형식으로 참여한다.

만약 갭에 1986년에 투자했다면 1991년까지 100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부모들이 1991년이 되어서야 아이들이 보내는 무언의 신호를 알아채고 갭에 투자했더라도 1년간 2배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다른 유명한 뮤추얼펀드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이다.

 

크리스마스 직전 나는 세 딸과 함께 벌링턴 쇼핑몰에 갔다.

명목상으로는 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기 위한 외출이었지만 나에겐 종목분석을 위한 외출이나 마찬가지였다.

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매장으로 나를 인도해주기를 바랐다.

과거 경험상 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매장은 틀림없는 매수 신호였다.

갭은 평소처럼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딸들이 가장먼저 방문한 매장은 갭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디샵 매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바디샵은 바나나와 땅콩, 딸기 등 에서 추출한 원료들로 로션과 목욕용 오일 등을 만들어 판다.

바디샵은 밀랍 마스카라, 키위 립밤(입술용 크림), 꿀과 오트밀(귀리 가루)로 만든 스크럽 마스크, 라즈베리 리플(나무딸기의 한 종류)로 만든 로션, 해초와 박달나무로 만든 샴푸 등을 비롯해 라솔(Rhassoul)진흙 샴푸 같은 신비로운 이름의 로션과 목용 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나는 라솔 진흙 샴푸 같은 것을 구매하지 않겠지만 바디샵 매장이 사람들로 가득한 걸로 보아 다른 사람들은 많이 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피델리티를 떠나던 날 마젤란펀드가 소유하고 있던 종목 리스트에서 바디샵을 찾아보았다.

종목 리스트는 우리 동네 전화번호 목록보다 두 배나 더 길었다.

종목 리스트를 보니 안타깝게도 나는 1989년에 바디샵 주식을 샀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바디샵은 미래의 성장성을 따라가기 위해 샀던 주식으로 후에 조정해야 할 많은 종목 중 하나였다.

그런데 바디샵에 대해선 나중에 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딸들이 바디샵매장을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바디샵이 자동차 정비소 체인점이라고 말했어도 믿었을 것이다.

 

바디샵의 출발은 소박했지만 매장이 해외로 늘어나면서 국제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발전해갔다.

바디샵의 주가는 2번의 주식시장 거품에도 불구하고 6년간 5펜스에서 362펜스로 79배 이상 올랐다.

(바디샵의 주가는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때 절반,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공격으로 촉발된 대량 매도 때 또다시 절반가량 하락했다.)

 

포커를 함께 치는 친구에게 바디샵에 다녀온 얘기를 했더니 그는 아내와 딸이 바디샵을 좋아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45살과 13살이 함께 좋아하는 매장이라면 기업분석을 시도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디샵을 분석해본 결과 동일 매장 매출액은 괜찮았고 확장 계획도 현실적이었다.

대차대조표상의 재정상태는 탄탄했고 연간 성장률은 20~30%에 달했다.

그렇다면 바디샵에 나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주가수익비율(주가/주당 순이익)이 S&P의 1992년 실적 전망치에 근거해 42배나 된다는 점이었다.

 

어떤 성장주라도 다음 해 주당 순이익 전망치의 40배 가격에 팔린다면 이는 주가가 위험할 정도로 비싸다는 의미이고 대개의 경우는 주가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내가 바디샵을 <배런스>에 공개적으로 추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디샵이 독특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디샵을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유일한 주식으로 치켜세우진 않았다.

나는 주가가 이익에 비해 높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주식을 너무 사랑하는데 현재 주가가 그리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일단 조금 투자한 뒤 대규모 매도로 주가가 떨어질 때를 노려 투자를 늘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어떤 기업의 주가가 이미 10배, 혹은 50배 올라서 더 이상 오를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면 월마트의 주가 그래프를 보여주라.

 

월마트 차트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의 차트가 그렇다.

 

23년 전인 1970년 월마트는 매장이 38개일 때, 그것도 매장 대부분이 아칸소주에 있을 때 상장했다.

상장 후 5년이 지난 1975년 월마트는 매장이 104개로 늘었고 주가는 4배가 됐다.

상장한 지 10년 후인 1980년에 월마트는 매장이 276개였고 주가는 거의 20배가 뛰었다.

 

주식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월마트가 주주들의 탐욕을 응징할 것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월마트의 시장이 포화상태인가 아닌가의 문제이다.

1970년대에 월마트의 이익이 그렇게 늘고 주가가 그렇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월마트의 매장은 단지 미국의 15%에만 있었다.

나머지 85%를 통해 월마트는 여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월마트가 상장한 지 10년이 지나 이미 주가가 20배나 오르고 픽업트럭을 몰던 창업자 샘 월턴이 억만장자로 유명해진 1980년에도 투자자들은 월마트에 투자할 수 있었다.

1980년에 월마트를 사서 1990년까지 보유했다면 30배 수익을 올렸을 것이고 1991년에는 또다시 60%의 상승률을 누렸을 것이다.

11년 만에 50배 수익률이다.

참을성 있는 초기 투자자는 1970년대에 20배 수익을 얻고도 더 욕심을 냈을 것이고, 아마도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비를 지불한다 해도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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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장 나쁜 소식에서 전망하기

평온하고 즐거운 곳 주변을 파헤치는 것은 안락한 의자에 앉아 수색작업을 하는 것만큼이나 보람 없는 일로 판명 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높은 종목을 고르려면 다른 투자자, 특히 펀드매니저들이 다루기를 두려워하는 곳,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투자하기 꺼려하는 분야를 파고들어야 한다.

1991년 말이 다가올 때 사람들이 투자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주택과 부동산 관련 분야였다.

 

부동산은 2년 이상 전국적으로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 악명 높았던 상업 부동산시장의 몰락이 주거용 부동산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란 소문이 퍼졌고, 그 결과 주택가격이 너무나 빠르게 하락해 집을 팔려던 사람들이 매도를 포기할 지경이었다.

 

나는 지난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는 널리 알려진 소란스러운 소식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됐다.

여러 번 거듭해서 성공을 거둔 투자비법 중 하나는 어떤 산업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산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이 비법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을 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1984년에 사람들은 석유 및 가스산업이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석유 및 가스산업은 그 뒤로도 계속 악화됐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사실을 통해 산업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침체일로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금리가 인하되면서 사람들의 주택구입 능력은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아졌다.

주택구입 능력 지수는 매우 호의적이어서 침체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면 주택시장은 개선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집이라는 것도 식품주처럼 필수재다.

길거리에서 살겠다는게 아닌이상 집은 반드시 필요하다.)

 

1991년 10월에 나는 유명한 건축회사로 때때로 마젤란펀드에 편입시켜 내 기록장에도 종종 등장했던 톨 브라더스를 찾아봤다.

톨 브라더스의 주가는 12.625달러에서 2.375달러로 1/5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톨 브라더스를 판 사람 중에는 값비싼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나는 톨 브라더스를 좀 더 조사해 보기로 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톨 브라더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자금력을 가진 탄탄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나에게 톨 브라더스를 추천했던 뛰어난 펀드매니저 켄 히브너는 톨 브라더스가 매우 멋진 기업이라고 칭찬했다.

피델리티의 동료인 앨런 라이퍼 역시 엘리베이터 안에서 톨 브라더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톨 브라더스는 엄격한 의미에서 주택 건설회사이지 부동산 개발 업체가 아니다.

따라서 톨 브라더스는 자체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자금력이 부족한 경쟁업체들이 파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톨 브라더스는 경기 침체가 끝난 후에 건설시장의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톨 브라더스의 주가가 5배나 하락했을까?

나는 톨 브라더스의 주가 폭락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최근 보고서를 찾아 읽었다.

톨 브라더스의 부채는 2800만 달러 줄었고 현금 보유액은 2200만 달러 늘었다.

결과적으로 재정 상태는 부동산 경기 침체 동안 오히려 개선됐다.

수주액도 마찬가지였다.

톨 브라더스는 향후 2년간의 신규 주택 건설 주문을 확보해놓은 상태였다.

 

톨 브라더스는 몇몇 신규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놓아 경기가 회복될 때 수혜를 입기 좋은 상태였다.

톨 브라더스로선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기 위해 건설 경기가 엄청나게 좋을 필요도 없었다.

경쟁사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는 거의 없고 2년간 매출을 올려줄 주문을 확보해놓았으면서도 주가는 1991년 고점의 1/5 수준에 불과한 기업을 발견했을 때 내가 얼마나 흥분했을지 상상해보라.

 

(불황이 찾아왔을 때 경쟁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1등 기업이 점유율을 차지 할 수 있다.

시장이 비관적이었을 때 어떤 기업이 좋은지 알아보기도 쉽다.)

 

나는 다음 해 1월에 열린 <배런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추천할 생각으로 그해 10월에 톨 브라더스를 '배런스 추천 종목 리스트' 가장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다음 해 1월까지 톨 브라더스의 주가는 8달러로 4배나 폭등했다. (라운드테이블이 열렸을 때 톨 브라더스의 주가는 다시 12달러를 회복한 상태였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조언은 신속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특히 연말 변동성이 심한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최근엔 저가 매수자들이 주식시장에서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찾아내는 데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저가 매수자들이 매수를 완료하면 그 주식은 더 이상 저평가주가 아니다.

 

기업 내부자가 주식을 사고 있다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제너럴 호스트는 미국 17개 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280개 프랭스 너서리&크래프츠 매장에 집중하기 위해 핫 샘즈 프레즐과 제염업체, 냉동식품 전문업체, 농장용 식품 전문회사, 냉동 생선 회사 등을 모두 매각했다.

제너럴 호스트의 이 같은 움직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장기적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제너럴 호스트는 자사주를 주당 10달러에 매입했다.

이는 회사 자체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제너럴 호스트의 가치는 주당 10달러가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왜 제너럴 호스트가 쓸데없이 비싸게 자사주를 사서 돈을 낭비하겠는가?

 

어떤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해온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돈을 빌리면 2중으로 이점이 생긴다.

 

첫째, 대출에 붙는 이자는 세금을 내기 전에 비용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둘째, 자사주를 사면 세금을 낸 뒤에 지급해야 하는 배당금 지출이 줄어든다.

 

몇 년 전 엑손은 주가가 너무 심하게 떨어져 배당수익률이 8~9%에 달했던 적이 있다.

당시 엑손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수백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금리 8~9%에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대출에 붙는 이자는 세금이 공제되기 때문에 엑손은 사실상 5%대의 대출이자로 8~9%의 배당금을 번 셈이다.

이런 단순한 방법으로 엑손은 한 방울의 원유도 추가로 정유하지 않은채 순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나는 최근 제너럴 호스트의 주가가 자사주를 매입했을 때 가격보다 더 떨어졌다는 사실에 고무됐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자사주를 매입했을 때 가격보다 더 떨어졌다면 이는 시도해볼 만한 투자이다.

임원과 같은 기업의 내부자가 현재 주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그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다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내부자가 자기 회사의 투자해서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헛된 곳에 돈을 낭비하지 않을 똑똑한 사람들이 어느 기업에나 있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투자로부터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도 추가로 열심히 일할 것이다.

 

제너럴 호스트의 가장 최근 재무제표를 검토하다가 제너럴 호스트의 주식 수백만 주를 가진 최고경영자 해리스J. 애슈턴이 최근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다른 매력적인점은 제너럴 호스트의 장부가치, 즉 순자산가치가 주당 9달러로 당시의 주가 7달러보다 높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7달러에 제너럴 호스트의 주식을 사면 9달러의 가치가 있는 주식을 7달러에 산다는 말이다.

이런 주식을 산다면 정말 돈을 잘 썼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제 10장 이발소 체인점 슈퍼커트 머리부터 깎다

1991년 12월에 나는 슈퍼커트에서 머리를 잘랐다.

슈퍼커트는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발소 체인점으로 'CUTS'란 종목코드로 거래되고 있었다.

슈퍼커트의 사업설명서가 책상에 쌓인 자료들 가운데 가장 위에서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나의 단골 이발사 비니 디빈센조를 배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방문한 슈퍼커트는 보스턴 보일스턴 829번가의 갈색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1층에는 슈퍼커트의 가격표가 달린 광고판이 서 있었다.

이 가격을 나의 또 다른 투자 필수품인 노란색 수첩에 적었다.

슈퍼커트의 이발격은 8.95달러, 머리까지 함께 감으면 12달러, 이발하지 않고 머리만 감으면 4달러 였다.

 

이 가격은 비니의 이발소와 비슷하고 아내와 딸들이 머리를 다듬기 위해 방문하는 고급 미용실이나 남녀공용 헤어숍보다는 상당히 싼 것이다.

 

1991년 10월에 슈퍼커트는 공모가 11달러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슈퍼커트는 이미 전국에 650개 이상의 체인점이 있는 맥트림이라는 이발소를 운용하고 있었다.

맥트림 창업자로부터 회사를 인수한 새 경영진은 매우 적극적인 확장 계획을 세웠다.

 

슈퍼커트의 사업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미국 전체 이발시장은 150억~40억 달러로 대부분은 비니와 같은 이발사가 운영하는 자영업 이발소나 개별적으로 지역별로 사업을 하고 있는 남녀 공용 헤어숍이 차지하고 있다.

이발사들은 계속 줄고 있었다.(예를 들어 뉴욕주의 경우 자격증을 가진 이발사와 미용사가 지난 1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비니와 같은 이발사는 세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머리카락은 한 달에 1센티미터씩 자란다.

만약 효율적으로 관리가 잘되는 전국적인 체인점이 나타난다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몇 년 전에 장례 서비스 체인점인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이 지방의 소규모 장례업체들로부터 시장을 빼앗아 올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매시간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으며 누군가는 이들의 장례를 치러줘야 한다.

사람들은 장례비가 합리적이길 바라지만 장례시장은 수백 개의 비효율적이고 영세한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영세업체 운영자들은 자녀들을 학비가 비싼 법학대 학원(로스쿨)에 보내길 원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했다.

 

슈퍼커트의 회사소개서에 따르면 모든 스타일리스트는 허튼짓이나 농담으로 시간 낭비하지 않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머리를 자르도록 훈련을 받는다.

허튼짓으로 시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1990년대 가치체계와도 잘 들어맞는다.

슈퍼커트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작은 가위와 혁신적인 빗을 가지고 1시간에 평균 2.8명의 머리를 자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유통업에서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확장할 역량이나 여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슈퍼커트의 대차대조표를 보니 부채가 전체 자본의 31%에 달했다.

이는 좀 걱정스러운 부분이므로 이유가 무엇인지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내 이름이 불렸다.

나는 대기실을 지나 머리를 감는 세면대로 갔다.

젊고 단정한 스타일리스트가 재빨리 내 머리를 감긴 뒤 이발용 의자로 안내했다.

그녀는 내 목 주위에 천을 두르고 귀밑머리를 포함해 모든 부분을 자르기 시작했다.

모든 일이 너무나 빨리 일어나 뭐라고 말할 시간조차 없었다.

나는 영화 <가위손>에 나오는 울타리용 관목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 캐롤린과 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라는 말로 나를 맞았다.

나느 바짝 자른 머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소한 앤디 워홀과 같은 흰 머리의 48세 남성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늘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유통업체의 경우 주식을 사기 전에 그 매장을 먼저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원칙에 예외가 생겼다.

슈퍼커트에서 이발한 뒤 나는 슈퍼커트라는 이발소보다는 슈퍼커트라는 주식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나는 슈퍼커트에 한 번 다녀온 후 다시는 비니 디빈센조 외에 다른 곳에서 이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슈퍼커트는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매장을 운영하는데 드는 돈은 체인점을 개설하려는 사람이 직접 투자해야 한다.

이것은 또 다른 큰 장점이다.

슈퍼커트는 자체 자본금을 쓰거나 대출을 받지 않고도 매장을 빠르게 확장해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것은 2억 5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매달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동네의 소규모 이발소들은 계속 문을 닫고 있으며, 아직 이 공백을 장악할 만한 체인점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독후감

책을 잘 읽고 있다가 마지막에 피터 린치의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야한다."는 원칙이 조금 바뀌는 걸보고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적어도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면 실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원칙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필자 자신의 원칙도 바꿀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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